2
부산메디클럽

가슴 먹먹한 ‘사후세계 판타지’…현실감 불어넣는 김혜자의 내공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JTBC서 방영중인 토일 드라마
- 김혜자와 손석구 만남으로 화제
- 사후 천국에 온 이들 사연 통해
- 현생을 의미깊게 돌아보는 작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낳은 세계. 존재하길 바라는 집단 소망이 빚어낸 꿈의 세계. 그러나 그 누구도 실질적으로 겪어본 적은 없는 세계. 바로 ‘사후 세계’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사후 세계를 단골 소재로 그려온 건 이러한 이유에 기인할 것이다. 알 수 없기에, 무한한 상상이 가능한 세계이니 말이다.
지난 19일 첫 방송한 JTBC 토일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한 장면. 배우 김혜자와 손석구가 부부로 출연해 사후 세계인 천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튜디오 피닉스·SLL 제공
지난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토일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역시 사후 세계를 한껏 상상하며 그려낸 작품이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작 ‘눈이 부시게’ 제작진과 김혜자의 재회, ‘나의 해방일지’로 범 대중의 눈에 들어온 손석구의 만남으로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일수꾼 해숙(김혜자)의 현생에서의 이중생활로 시작된다. 밖에서는 거칠고 무대포 일수꾼으로 통하는 해숙이지만, 집에만 오면 남편 낙준(박준) 앞에서 다정한 아내로 얼굴을 갈아 끼운다. 그녀가 일수꾼이 된 이유도 하반신 마비로 침대 신세를 지고 있는 남편을 건사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독해져야 했다. 그로 인해, 가는 곳마다 욕과 오물 세례를 받지만. 남편 낙준은 아내의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미안하고, 그래서 고맙고,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드라마는 낙준이 세상을 떠난 1년 후 해숙도 세상과 이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저승사자의 안내를 받아 저승으로 가는 지하철에 오른 해숙. 지옥으로 떨어지리란 예상과 달리 그녀가 당도한 곳은 천국이다. 천국에 온 사람들은 공항 검색대 같은 곳을 통과하며 이승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단순한 물건들이 아니다. 저마다의 사연이 깃든 물건이다. 돈이 없어서 아이들을 보육원에 보냈다는 한 여성은, 아이들을 다시 찾으려고 차곡차곡 불린 통장을 손에 들고 눈물 흘린다. 이 통장을 아이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애원하면서. 화재 사고로 천국에 온 소방관은 산소마스크를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화재 현장에서, 자신이 어떻게든 지키려 했던 소녀가 썼던 마스크여서다. 죽어서도 ‘살아있는 자’의 안위를 생각하는 이들의 태도에서 ‘아, 여기가 천국이 맞구나’ 싶어진다.

검색대를 통과한 이들은 개별 상담사를 만난다. 여기서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이색적으로 하는 질문(설정) 두 가지가 망자들에게 주어진다. 첫째, “천국에서 누구랑 함께 살고 싶으신가요?(지정한 상대도 나를 선택해야 함께 살 수 있다.)” 둘째, “천국에서 몇 살의 모습으로 살고 싶으신가요?”다. 간단해 보이는 두 질문은 사실 거대하다. 삶의 궤적에서 만난 인연들을 반추하지 않고서는 선택하기 힘든 질문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건 슬프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 다시 또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설정 또한 이 안엔 들어있다. 이 질문 앞에서 시청자들도 아마 지난 인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그렇게, 사후 세계를 통해 역설적으로 현생의 삶을 더 돌아보게 한다.

실제로 이곳 천국을 움직이는 건 현생에서의 인연이다. 병수발을 해 준 시어머니가 너무 고마워, 다음 생에는 자기 아이로 꼭 태어나 달라 부탁한 며느리는 천국에서 시어머니와 ‘아이와 엄마’로 재회한다. 인간만이 아니다. 주인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보여준 반려견들은 무지개 다리를 건너 천국에 온 후에도 주인들을 기다린다. 조건 없는 사랑, 무조건적인 믿음…. 생과 사를 뛰어넘는 관계의 인연이 먹먹한 감동을 안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엔 생과 사, 삶과 죽음을 꿰뚫어내는 인연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인연의 고리 안에서 해숙이 선택한 사람은 당연히 남편 고낙준이다. 자, 이제 나이대를 선택할 차례. 하필 그때 낙준이 살아생전 했던 말이 떠오른다. “스물에도 예뻤고, 마흔에도 예뻤지만, (80대인) 당신 지금이 제일 예뻐요”라고 했던 말이. 그 말을 믿고 80대를 선택했는데, 재회한 남편(손석구)이 젊은 시절로 돌아가 있는 모습에 해숙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천국이 지옥으로 돌변하는 느낌에 해숙은 외친다. “이딴 게 무슨 천국이야. 이럴 바엔 차라리 지옥이 나았겠다. 이 나쁜 자식아!”

디분히 판타지스러운 설정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하는 건, 김혜자의 내공이다. 무겁게 내려앉을 수 있는 소재에 낙관을 불어 넣는 것도 김혜자 특유의 사랑스러움이다. 거친 일수꾼과 다정한 아내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모습에서도 김혜자의 존재감이 감지된다. 이 작품엔 해숙의 속마음을 읊어주는 ‘내레이션 버튼’ 장치가 치트키로 등장하는데, 마음의 소리에 반응하는 김혜자의 시간차 연기 또한 일품이다. 김석윤 감독이 제작 발표에서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왜 ‘김혜자 프로젝트’라 명명했는지 납득이 된다.

회차가 조금 더 진행돼야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이지만,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그리는 천국은 인간의 종착역이 아니다. 죄를 지으면 지옥으로 강등될 수 있고, 시기 질투 분노 거짓말을 해도 페널티가 주어진다. 천국주민센터 센터장(천호진)의 대사를 통해 드라마는 이곳 천국이 영원히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지나간 일들을 후회하느라, 내일은 또 뭐가 어떻게 될까 불안해하면서 애쓰느라 (현생에서) 제대로 못 살아 본” 이들에게 다른 삶의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임을 암시한다. 여기서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눈이 부시게’에서 혜자(김혜자)가 했던 말을 소환한다. “지금 힘든 당신,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6. 6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7. 7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8. 8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9. 9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10. 10[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8. 8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9. 9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7. 7“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8. 8“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9. 9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0. 10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7. 7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8. 8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