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의 화가’ ‘꽃의 화가’로 유명한 김종학(88) 작가의 드로잉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종학 작가의 1978년 작품(무제). 조현화랑 제공

조현화랑(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이 마련한 김종학 개인전 ‘OnPaper’가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김종학 작가가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내놓은 다양한 재료와 형식의 드로잉 140여 점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주며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김종학 작가는 ‘추상에 기초를 둔 구상’으로 설악산의 사계절과 꽃을 주로 그리며 널리 알려졌다. 국내외 주요 공간에서 개인전을 소화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 등에서 대규모 회고전도 가졌다. 현재 미국(하이 뮤지엄)에서도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조현화랑에서 마련한 전시는 그의 회화가 완성되기까지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일반에게 공개될 기회가 적었던 작품이 대거 소개됐고, 선과 여백으로 화면을 채운 드로잉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전시장 1층에는 그의 대작 ‘풍경’과 함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을 조성했다. 팔레트와 붓, 종이죽과 분무기로 만든 닭 조형물, 장갑 위에 그린 드로잉 등 그의 감각이 녹아든 오브제를 통해 작가의 창작 세계가 구현된 장소를 경험할 수 있다.

2층에서는 다양한 드로잉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60년대 형식적인 실험에 집중했던 작품부터 1970년대 도시 정물 인물 같은 구상적인 소재가 등장한 작품, 1979년 설악산으로 이주한 뒤 산 나무 숲의 풍경을 그린 드로잉, 2000년대 들어 선보인 식물 드로잉과 인물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완성과 미완성을 오가며 지속적으로 진화한 작가의 예술적 생명력을 경험하게 된다.

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에 대해 “그동안 일부만 부각됐던 작가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조명한 기획전으로, 작가의 초기 추상 실험부터 자연 도시 사물에 대한 관찰, 그리고 노년기의 자유로운 붓질에 이르기까지 변화한 과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