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시인은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1965년 이화여대 국문과 3학년 재학 중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존재의 본질과 고독을 찬란한 슬픔의 언어로 노래하며 삶의 의미를 생생하게 담아낸 시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시인이 등단 60주년을 맞아 자선 시선집을 냈다.
60년간 시인이 세상에 내놓은 방대한 저작 중에서 공초문학상 수상작 ‘너무 많은 입’(2005), 만해문학상 수상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2011), 청마문학상 수상작 ‘새벽에 생각하다’(2017) 등 여덟 권의 시집 안에서 시인이 손수 ‘짧은 시’로만 61편을 가려 뽑았다.
시 ‘벌새가 사는 법’ 전문을 소개한다. “벌새는 일초에 아흔번이나/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칠십만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이 시 외에도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수록 시편들의 행간과 여백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삶이 시가 되는 고단한 길을 걸어온 시인의 여정을 엿볼 수 있다. “문장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가 얼마나 풍부한지, 읽으면 읽을수록 짧은 시가 어떻게 큰 시가 되는지 체험하는”(김기택, 발문) 각별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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