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원작에 푹 빠져 영화화
- 코믹 등 더해 대담함으로 확장”

- 이병헌 “극장 다시 사랑받아야”
- 이성민 “AI가 배우대체 두렵다”
- 손예진, 7년 만에 스크린 복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포문을 열었다.

17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염혜란 이성민(왼쪽부터). 김정록 기자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30회 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의 기자시사 및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이 참석했다.

‘어쩔수가없다’는 갑자기 해고된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 영화는 최근 열린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국제관객상의 영예를 안았다. 베니스와 토론토에 이어 부산을 밟은 박찬욱 감독은 “BIFF에 개막작을 들고 온 건 처음이라 설렌다. 30주년이라고 하니까 더 뜻깊다”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 작품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을 읽은 뒤 바로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박 감독은 “소설에 이미 있는 것과 아직은 없지만 거기에 뭔가 내가 보탤 만한 것들이 떠올랐다. 그건 코미디의 가능성이었다. 또 가족들이 만수가 하는 일을 눈치 채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지점에서 더 대담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원작과의 차이라면, 극 말미에 삽입된 AI의 위협이다. 박 감독은 “AI 발전이 사회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아직 우리 일상을 크게 변화시켰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발전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있다. 그런 이유로 AI 아이디어를 녹여내려고 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이성민은 “배우라는 직업이 언젠가 기술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이 불안이 곧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부언했다.

극 중 사라지는 제지업을 고집하는 등장인물들은 팬데믹 이후 위기에 빠진 영화업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영화인들의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종이의 쓰임이 점점 사라져 제지업이 위기를 겪듯 영화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더 어려운 건 바로 ‘극장’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이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관객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모든 영화인이 함께하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박찬욱 감독과 첫 작업을 한 박희순은 “제가 예상한 박찬욱 감독님과 달라 놀랐다. 저는 박감독이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집중하실 줄 알았는데, 너무나 여유로웠다. 현장에서 이렇게 ‘딴짓’하는 감독님은 처음”이라고 폭로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럼에도 촬영 들어갔을 때는 돌변해서 테이크마다 다른 걸 요구하셨다. 하나하나 쌓아 올라가는 연기를 하면서 감독님과 오래 한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협상’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손예진은 “처음 보면 감독님의 미장센과 이병헌 선배님의 압도적 연기가 보이실 거다. 두 번 보면 제가 조금 더 보일 것이고, 세 번 네 번 보시면 또 다른 것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며 n차 관람을 독려했다. 정시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