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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 잡은 역대급 게스트…옅어진 ‘부산축제’ 정체성 숙제”

30대 시네필들 BIFF 방담

  • 김태훈 기자 hiro@kookje.co.kr
  •  |   입력 : 2025-09-24 19:04:35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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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영화인 집결 볼거리 풍부
- 부스 등 지역 특색 부족 아쉬워
- 올드팬 위한 현장 예매 필요성
- 남포동 행사 연계 여전히 부족
- 편하게 찾는 분위기 만들어주길

화려한 작품과 게스트 라인업으로 ‘역대급’이라고 평가받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하지만 관객들이 느낀 30회 BIFF는 어땠을까. BIFF와 ‘이웃사촌’인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강병주(34) 운영팀장과 지역에서 활발한 평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부산영화평론가협회 김민우(33) 간사, 매년 10개 이상의 영화제를 순례하는 영화문화집단 ‘파도씨네’ 정청비(38) 대표, 15년째 꼬박 BIFF를 찾고 있는 채지연(33)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서른 살 영화제와 또래인 30대 ‘BIFF 찐팬’ 4명과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만나 자유롭게 올해 행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찐팬’ 30대 4명이 올해 영화제에 관해 느낀 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파도씨네 정청비 대표, 채지연 일러스트레이터,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강병주 운영팀장, 부산영화평론가협회 김민우 간사.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제30회 BIFF, 어떻게 즐겼나

▶김민우=올해는 유럽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이 처음 BIFF를 찾아 그의 작품 위주로 관람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모든 작품을 관람했는데 내일(24일) 저녁 상영하는 ‘마르크스 캔 웨이트’의 티케팅에 실패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다.

▶정청비=올해는 20여 편의 작품을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주로 다큐멘터리나 독립예술영화 위주로 보는 편이라 티켓팅 전쟁 속에서도 예매에 성공했다.

▶강병주=올해는 평소 알고 지내던 감독들이 초청을 많이 받아 한국 독립영화 위주로 6편 정도 관람했다.

▶채지연=저는 티켓팅에 실패해 극장 상영작은 한 편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BIFF 중 예매가 가장 치열했던 것 같다. 아쉬운 대로 영화의전당 야외광장에 마련된 굿즈숍과 오픈 토크 등 야외 행사 위주로 즐기고 있다.

-올해 영화제 초청작과 게스트를 두고 ‘역대급’이란 평가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김민우=‘30회를 맞아 정말 이를 갈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부터 유럽까지 동시대의 유명한 영화인은 다 데려왔다 싶을 정도로 라인업이 화려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이클 만 감독이다. 부산에서 그를 보게될 줄이야!

▶정청비=솔직히 ‘역대급’이라기엔 익숙한 얼굴도 많았다. 다만 국내 다른 영화제에서는 보기 힘든 영화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특히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출국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올해 참석해 적잖이 놀랐다.

▶강병주=올해 영화제에는 깜짝 게스트도 많았다. 앞서 ‘올 그린스’를 관람했는데 해당 회차에 GV가 없었는데도 고야마 다카시 감독이 객석에 깜짝 등장해 놀랐다. 또 ‘관찰자의 일지’에서는 바쁜 일정으로 GV에 불참한 배우 방민아가 영상 통화로 인사를 전해 관객들이 환호했다.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

▶김민우=가장 큰 문제는 ‘예매 시스템’이었다. 올해 업체가 바뀌었는데도 예매 과정에 혼란이 있었다. 5부제처럼 일별 예매로 나누는 등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정청비=접근의 다양성을 위해 현장 예매 분을 따로 배정했으면 한다. 사전 예매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지나가다 우연히 영화를 보는 관객의 유입이 거의 없어졌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매표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홍보가 부족해 1회 때부터 꾸준히 참여한 ‘올드 팬’들이 더 이상 영화제를 찾지 않는 상황도 안타깝다.

▶채지연=지역과 연결이 약하다는 점도 아쉽다. ‘영화 축제’는 맞지만 ‘부산 축제’로서의 정체성은 흐릿해졌다는 느낌이다. 굿즈나 부스 등에서 지역 창작자와 접점을 늘리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있다.

▶김민우=해운대와 남포동의 연계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다. 초창기 BIFF는 세계적인 영화인들이 남포동에서 신문지를 깔고 술판을 벌이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주목받지 않았나. 메인 게스트 중 한두 명이라도 남포동에서 행사를 소화했다면 부산의 다양한 풍경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강병주=남포동과 수영만 요트경기장, 시네마테크 등 BIFF의 역사적 장소를 조명하는 시간을 기대했는데 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했다. 상영 전 나오는 트레일러도 30회의 의미를 충분히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OTT의 영향력이 커지며 영화제도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관객이자 BIFF의 팬으로서 이에 대한 생각은?

▶채지연=예전의 BIFF는 지나가다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열린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시네필 위주의 진지한 행사로 바뀐 것 같다. 시민이 더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김민우=확실히 영화제에 어렵고 진지한 분위기가 스며든 것 같다. 예전에는 매표소 줄을 기다리면서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누거나, 화장실에서 금방 관람한 영화에 관해 토론하는 일명 ‘화장실 토크’도 잦았는데 요즘은 그런 맛이 없다.

▶정청비=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함께 보는 경험’을 좋아한다. 극장에서 콘서트 실황이나 스포츠 중계를 보는 이들도 있지 않나. 함께 보는 행위 자체의 매력을 강화했으면 한다.

▶강병주=BIFF 기간 밤마다 영화인끼리 파티가 열린다고 하던데 이참에 관객들만의 파티를 해보는 건 어떨까.

▶김민우=난장을 깔아볼까.

▶정청비=좋은 생각이다. 옛날 남포동처럼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 신문지를 깔고 파티를 하는 거다. 다들 동참하지 않겠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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