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방 빨대서 고안된 주사기 등
- 곤충서 영감 받은 과학기술들
- 유전·법의학 등 발전성과 소개

“경이로운 점프 실력에 관한 벼룩의 세심한 연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부터 마이크로 로봇에 적용되는 공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용 분야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영국의 여성 모험가이자 곤충학자 마거릿 파운틴의 컬렉션 중 일부인 ‘모르포나비의 표본’. 곰출판 제공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은 자연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놀라운 색인 동시에 포식자를 속이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곤충학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생명공학자 앤드루 파커 교수는 30년 넘게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모르포나비 날개 세포의 특성을 재현해서 다양한 상업용 제품에 적용할 내구성 강한 색소를 만들어왔다. 자동차가 영구적으로 반짝이도록 해주는 페인트라든지 색이 바래지지 않는 의상이 그런 예다.”

곤충은 인간이 지구에 발자취를 남기기 훨씬 전인 약 3억 년 전부터 지구에 등장한 이래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개체로 살아남은 동물군이다. 0.127㎜부터 55㎝가 넘는 대벌레과에 이르기까지 곤충은 크기도 생김새도 종 수도 놀랄 만큼 다양하다. 전 세계 포유류가 6500여 종인데, 곤충은 현재까지 보고된 종 수만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도 100만 종에 달한다(실제 종 수는 약 500만에서 22억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곤충은 수천 년 동안 인류의 문화와 과학의 발전을 이끄는 데 기여했다. 곤충은 어떤 생명체보다 치열하게 살아남아 세상을 지배하고 인류 역사를 만들어온 지구의 위대한 정복자들이다.

곤충학자이자 런던 자연사 박물관 파리목 부서의 수석 큐레이터 에리카 맥앨리스터, BBC 라디오와 월드서비스 방송 프로듀서 에이드리언 워시번. 두 저자는 이 책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곤충에게 영감을 받은 인류의 과학적 성과들을 소개한다.

미래 기후변화를 추적하는 ‘거시 생태 지표’로 활용되는 푸른꼬리실잠자리. 무중력 우주 공간에서 중력 반응 및 노화 유전자 탐색을 위해 우주로 떠난 초파리. 대량 예방접종 등 재사용이 가능한 의료용 주사기 개발에 응용되는 나방의 천연 빨대. 탄소 배출량을 줄일 대체 식량으로 급부상한 아메리카동애등에. 신경 화학물질이 군중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는 데 일조한 바퀴벌레. 햇볕에도 색이 바래지지 않는 기술로 하이테크 기계공학 분야에 쓰이는 나비의 날개 비늘. 전쟁 상황에서 생존자를 찾고 적지를 탐색하는 등 초소형 로봇에 영감을 준 꿀벌의 지능과 비행 능력 등등.

곤충은 로봇공학 유전학 법의학을 아우르며 특별한 발견을 이끌어냈다. 농업 항공우주 산업 인공지능 생물다양성, 그리고 인류에 대한 지식까지 진화시키는 중이다. 최근에는 의학과 우주여행, 심지어 패션계에서도 흥미를 갖고 곤충에게 영감을 얻는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이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곤충은 많지 않다. 곤충의 전체 종 수, 개체 수 등이 과연 파악할 수 있는 세계이긴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