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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홍진 감독의 새 영화 ‘호프’. 골수 팬을 뜻하는 ‘빠’와 안티 팬을 뜻하는 ‘까’가 홍해처럼 선명히 갈라져 중간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반응이 극단으로 나뉘고 있다. |
- 호평과 혹평 팽팽한 화제몰이
- 예측 불가능한 서사·요소 혼란
- 후반부 가면 인간 이기심 부각
- 외계인 품격 대비시키며 경종
“나도 모르겠어. 머릿속이 도저히 정리가 안 돼.”
영화 ‘호프’에서 일련의 사건을 겪어낸 경찰 범석(황정민)이 마지막에 내뱉는 대사다. 예상컨대, 범석의 저 대사에 많은 관객이 감정 이입할 것이다. 관객들 역시, 범석처럼 ‘정리 안 된 심정’으로 극장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 이는, ‘곡성’(2016)의 미끼로 관객을 거하게 낚은 전적을 지닌 나홍진(사진)이다.
잘 알려진 대로 ‘호프’는 시골에 나타난 외계인과의 사투를 그리는 영화다. 그러나, 나도 알고 당신도 짐작했을 것이다. 나홍진이 단순히 외계인 잡자고 영화를 만들 창작자는 아니라는 걸. 실제로 ‘호프’는 SF 물로 한정 지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서부극·액션·코미디·스릴러·호러 등 각종 장르가 섞이고, 이질적인 요소가 한데 뒤엉켜 난장을 이룬다. 기승전결의 구도에서 이탈한 영화는, 비장한 순간순간마다 의도적으로 유머를 풀어 긴장을 와해시키기도 한다.
캐릭터 면면도 하나같이 독특하다. 주조연 할 것 기이하게 비틀려 달리는데, 할리우드 배우(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라고 해서 처우를 달리할 나홍진이 아니다. 이 정도 명성을 지닌 배우들이 섭외되면 대본을 수정해서라도 비중을 늘리려고 안달을 낼 텐데, 웬걸! 출연 정보를 보지 않고서는 출연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CG로 가려버렸다. 예측을 과감하게 비껴가는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호프’는 전에 본 적 없는 질감을 안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관객에 따라선 기대를 배반당했다고 느껴지기도 할 테다. 예상대로 영화를 향한 반응엔 중간이 없다. 일명, 빠(팬)와 까(안티)가 ‘홍해’처럼 갈라져서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호불호에 기름을 붓는 또 하나의 결정적 요소. 그건, ‘호프’가 ‘역전(逆轉)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막판에 이르러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역전, 시선의 역전, 심지어 냄새의 역전까지 이뤄낸다. 이 역전은 명명백백 감독의 의도다. 감독은 우리를 ‘호포항’이라는 무국적 세계(1970~1990년대 비무장지대 부근이 배경이기는 하나, 나홍진은 이곳을 기이할 정도로 탈역사적인 공간으로 그려낸다)에 집어넣고 외계인에게 공격당하는 인간을 염려하며 바라보게 하더니,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시선을 외계인에게로 돌려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을 내려다보게(냉소하게) 한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외계인의 시선에서 영화를 복기해보면, ‘호프’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된다. 범석(인간)의 시선에서 본 ‘호프’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줄 알았던) 외계인으로 인한 공포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인간 중심주의적인 시선. 지구인의 총에 아이를 잃은 외계인들 입장에선 역의 서사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나홍진은 외계인을 고귀한 존재로 그려낸다. 마지막에 두 외계인이 나누는 단 몇 마디의 대화만으로도 이들의 품격은 “똥” 이야기와(영화 내내 ‘똥’ 관련 에피소드가 여러 인물을 통해 등장) “씨발”만 내지르는(‘씨발’이라는 대사가 상당히 많이 등장) 인간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차이에서 치고 올라오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묘하다. ‘어라? 우리가 더럽다고 야유했던 저 외계인들은 괴물이 아니네?’ ‘저들 입장에선 인간이 더 괴물이네?’ 우주의 중심은 지구라고 믿는 인간에게 지동설로 충격파를 안겼던 코페르니쿠스처럼, 나홍진 역시 인간 중심적 사고에 ‘킥’을 날린다.
다시금 강조하고 싶은 건, ‘호프’가 구사한 이 전략이 ‘반전’이 아니라 ‘역전’이라는 점이다. 반전의 경우 성공하면 이전에 모르고 지나쳤던 장면들의 의미를 곱씹게 하며 쾌감을 전하지만, 역전은 성공과 실패 유무를 떠나 관객이 영화를 따라가며 쏟아부은 감정을 반대 지점으로 회수해 버리기에 당혹스러움을 안길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반전’보다 더 큰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도 있지만, ‘호프’에 쏟아지는 두 쪽으로 갈라진 반응을 보면 영화가 거기까지 가 닿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하나. 감독의 보여주는 야심의 스펙트럼이 두터우니 혹평이든 호평이든 한쪽 의견에 현혹되지 마시고 보고 직접 판단하시길.
정시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