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 조사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FIFA로부터 받은 서한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요르단 알리 왕자가 반사이익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정 명예회장은 6일 대한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IFA가 나에게 합계 19년 자격정지라는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내가 FIFA 내부의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에 공격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FIFA 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2022년 월드컵 유치전이 한창이던 2010년 정 명예회장이 7억7700만 달러(약 9184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국제 축구관계자들에게 발송한 데 대해 자격정지 15년, 정 명예회장이 윤리위를 비판한 데 대해 추가로 자격정지 4년 구형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정 명예회장은 축구 발전기금 조성 공약과 함께 2010년 자연재해가 발생한 파키스탄과 아이티에 총 90만 달러(약 10억6000만 원)의 기부금을 보낸 것으로 윤리위의 조사대상이 됐다. 이날 정 명예회장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왔고 축구기금 조성과 관련해 어떤 금품이나 개인적 이익도 수수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정 명예회장이 자신에 대한 윤리위의 징계 추진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각종 의혹 해명에 나선 것은 불리한 선거판도를 뒤집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력한 차기 FIFA 회장 후보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블라터 FIFA 회장에게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 원)을 받은 혐의가 스위스 검찰에 의해 공개되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사 이익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보고 있다. 유럽 가맹국은 '반(反) 블라터' 성향의 후보를 지지해야 명분을 세울 수 있는데, 알리 왕자는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FIFA 개혁'을 기치로 블라터 회장에 맞섰다. 정 명예회장도 블라터 회장에 반기를 들었지만 윤리위의 조사대상이라는 사실 자체가 FIFA 회원국의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은 자신을 향한 부당한 의혹부터 해명한 뒤 반전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이 이날 "내가 충분한 자격을 갖고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최종 판단은 결국 국제사회의 건강한 양식에 달려있다"며 지지를 호소한 것도 이런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