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양현종 이을 젊은 투수
- 자기 공 못 던지고 한계만 확인
- 눈앞 성적 아닌 장기 관점 중요
- 9월 AG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한 한국 야구 대표팀에 ‘세대교체’라는 지상과제가 주어졌다. 베테랑 선수들은 노쇠 기미를 보이며 경쟁력을 잃었고, 젊은 선수들은 경험 부족으로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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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호 조용한 귀국2023 WBC 1라운드에서 탈락한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
KBO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평균연령은 29.2세다. 역대 최연소 팀을 꾸린 일본 대표팀(27.3세)보다 두 살가량 많다. 특히 타자들의 평균 연령은 31.3세로 매우 높은 편이다.
오랜 시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베테랑 투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그야말로 죽을 쒔다. 투수조 최고참 김광현(35·SSG)은 일본전에 선발로 나서 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뽑아냈지만 안타 3개와 사사구 2개를 헌납, 4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김광현은 신인 시절이던 2007년 코나미컵에서 일본프로야구 챔피언 주니치 드래곤스 타선을 상대로 완벽투를 선보이며 ‘일본 킬러’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16년 전 일이다. 10년 이상 국제대회에서 김광현을 상대한 일본 타자들은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석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일본전에 김광현을 투입해 재미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코칭 스태프의 전략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과 동갑내기 투수 양현종(35·KIA)도 마찬가지다. 양현종은 반드시 잡아야 했던 호주전에서 4-5로 뒤진 8회초 구원 등판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3점 홈런을 포함, 3연속 안타를 맞고 강판당했다. 이어진 공격에서 타선이 3점을 만회한 것에 비춰보면 양현종의 이날 실점은 뼈아팠다.
베테랑 야수들도 노쇠한 모습을 드러냈다. 포수 마스크를 쓴 양의지(36·두산)와 이지영(37·키움)은 3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중심 타선인 박병호(36·KT) 최정(36·SSG) 김현수(35·LG) 등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지 못한 채 태극마크를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젊은 선수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표팀 투수들의 평균 나이는 27.1세로 타자들에 비해 훨씬 어리다. 원태인(22·삼성) 김윤식(23·LG) 소형준(22·KT) 이의리(21·KIA) 등 2000년도 이후에 태어난 투수들이 4명 있고, 1999년생도 곽빈 정철원(이상 두산) 정우영(LG) 등 3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젊은 투수들은 부진했다. KBO리그를 호령하던 이들 ‘영건’은 국제대회 경험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중요한 고비에서 등판한 김윤식 소형준 이의리 등은 잔뜩 얼어붙은 표정으로 공을 제대로 뿌리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자 세대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첫 시험대는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들로 팀을 꾸리기로 했다가 갑자기 ‘와일드 카드’ 3명을 포함하기로 했다. 이번 WBC 계기로 이 같은 결정은 당장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야구계에서는 아시안게임을 터닝 포인트로 확실한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