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운드·수비 연쇄적 붕괴 이어져
- 경험 부진만으론 설명 어려워
- 김태형 감독 출구찾기 안간힘
- 반등 계기 만들어야 ‘가을 야구’

정규 시즌 막바지 롯데가 두 자릿수 연패를 기록하며 붕괴하고 있다. 여전히 가을 야구 진출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비관적 전망이 점차 힘을 얻는다. 특히 전반기 숱한 위기 속에서도 리그 3강을 지켰던 롯데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미스터리 그 자체다. 프로야구 전체를 봐도 상위권 팀이 시즌 막판에 연패로 붕괴하는 모습은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롯데의 붕괴는 미스터리다.

후반기 롯데는 타선 침체에서 시작해 마운드와 수비까지 무너지면서 지난 23일 12연패를 기록해 가을 야구 진출이 불확실하다. 연합뉴스

■타선에서 시작된 붕괴

지난 23일 NC전에서 롯데는 1-4로 역전패했다. 지난 7일부터 패전을 거듭한 롯데는 12연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 롯데의 것처럼 여겨졌던 3위 자리는 SSG에게 내줬다. 순위는 5위까지 떨어졌다. 연패 수렁에서 허덕이는 사이 1위 LG와 격차는 14게임으로 벌어졌다. 반면 8위 KIA와 승차는 2게임에 불과하다.

롯데는 전반기 주전 타자들의 잇단 부상 속에서도 3위 자리를 공고히 지켰다. 후반기 들어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시즌 최다 연승(6승)을 올리며 2위 도약도 넘봤다. 두 자릿수 연패 시작은 타선의 급격한 침체에서 비롯됐다. 전반기 롯데 타율은 0.280으로 리그 선두를 달렸다. 롯데는 마운드 불안 속에서도 방망이 힘으로 ‘리그 3강’에 올랐다. 상승 원동력이었던 타선이 싸늘하게 식자 팀은 흔들렸다.

후반기 롯데 타율은 0.235로 리그 최하위다. 리그 선두를 달리는 LG(0.299)와 비교하면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연패가 시작될 무렵 한 점도 못 내고 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마운드·수비도 연쇄 붕괴

불과 한 점을 못 내서 또는 한 점 차이로 패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팀 타선이 회복할 때까지 마운드와 수비의 뒷받침이 필요했다.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사력을 다했다. 타선 침체와 연패 기간이 길어지자 한계가 찾아왔다.

전반기 불안했던 롯데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은 4.79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연패 기간 평균자책점은 4.87로 올랐다. 최근 2주일로 기간을 좁히면 평균자책점은 5.18까지 치솟는다. 마운드가 직면한 부담이 평균자책점 흐름에서 읽힌다.

선발진은 최근 큰 변화도 겪었다. 시즌 10승을 올린 터커 데이비슨을 내보내고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빈스 벨라스케즈를 영입했다. 가을 야구를 향한 롯데의 승부수였다. 벨라스케즈는 기대와 달리 마운드에서 위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KBO 두 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19일 LG전에서 5이닝 7피안타 2사사구 5실점(5자책점)에 그쳤다.

마운드는 두 차례 연패를 끊을 절호의 기회를 날렸다. 지난 17일 사직 삼성전에서 롯데는 7-3으로 앞선 8회 마무리 김원중이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7-7 동점을 허용한 뒤 끝내 8-8로 비겼다. 이어 지난 21일 잠실 LG전에서도 6-0으로 앞서다 6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6-6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했다.

타선·마운드가 불안해지자 수비도 결정적인 순간 흔들리면서 붕괴했다. 지난 22일 NC전에서 롯데는 3-0으로 앞서다 3회 결정적인 실책으로 두 점을 내주면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어 23일에도 실책으로 역전 점수를 내줬다.

■돌파구 못 찾는 ‘우승 청부사’

전반기 ‘윤나고황손’이 부상과 부진으로 전력에서 빠졌을 때 김태형 감독은 롯데판 화수분 야구로 위기를 벗어났다. 잇몸 야구를 화수분 야구로 꽃 피우자 감독의 용병술에 극찬이 이어졌다.

12연패의 늪에서 김태형 감독은 고군분투 중이다. 부진한 윤동희를 1군에서 말소한 뒤 2군에서 박찬형을 올렸다. 수비 포지션에도 변화를 줬다. 대표적으로 주로 2루수를 맡던 고승민을 우익수로 내보내고 있다.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변화가 낳은 불안과 아쉬움이 읽힌다. 타선, 마운드를 가릴 것 없이 팀 전체가 흔들리니 우승 청부사도 도무지 힘을 쓸 방법이 없다.

■2002·2003년과 다른데 왜?

롯데는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나 팀 최다인 16연패를 당했다. 두 시즌 연속 16연패를 기록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전력도 좋지 않았다.

반면 올 시즌은 과거와 비교해 팀 구성이 나쁘지 않다. 더구나 시즌 100경기를 넘게 치르면서도 3위 자리를 유지할 만큼 분위기도 좋았다. 연패 초기에는 경험 부족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경험 부족만으로 팀 붕괴를 설명하기 어렵다.

통상 시즌 막판에 상위권 팀이 연패로 무너지는 사례는 찾기 어렵지만 아예 없지는 않다. 2019년 SK가 그랬다. 당시 SK는 9월 초까지 리그 1위로 순항했다. 2위와 승차가 4게임 이상이었다. 하지만 9월 19일 두산과 더블헤더 전패를 시작으로 6연패에 빠졌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 결국 두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정규시즌 우승 타이틀을 뺏긴 여파는 컸다. SK는 플레이오프에서 힘도 못 쓰고 탈락했다. 극적으로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두산은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일궜다. 당시 불운한 SK의 사령탑이 올 시즌 LG를 이끄는 염경엽 감독이다. 그리고 SK의 아성을 무너뜨린 두산 감독이 현재의 롯데 김태형 감독이다.

롯데에 아직 시간은 있다. 공동 5위까지 밀려났지만 반등의 계기를 만들면 가을 야구 가능성은 열려있다. 반등이 쉽지는 않겠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