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군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다
- 체력관리 등 노하우 더 배워야”

롯데 막둥이 이호준이 승부사로 쑥쑥 자라나고 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은 타격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 ‘주전 선수’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정규시즌 막바지 이호준은 꾸준히 몸을 만들고 훈련하며 가을 야구를 꿈꾼다.

이호준이 물오른 타격감으로 롯데 주전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호준은 올해 프로 데뷔 2년 차다. 막내급 선수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에서 승부사적 기질이 보인다. 이호준은 기회가 주어지면 놓치는 법이 없다. 지난달 9일 두산전에서 이호준은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그동안 장타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최근 경향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지난 21일 LG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한 번은 우연으로 여길 수 있다. 불과 3일 뒤인 지난 24일 NC전에서 시원한 솔로포를 터트렸다. 이제는 우연이 아닌 실력으로 봐야 한다.

이호준은 유격수로 수비는 출중하나 타격이 상대적으로 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호준도 잘 알고 있었다. 문제점을 알았으니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이호준은 타격이 저조한 원인을 욕심으로 꼽았다. 타석에 들어서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호준 머릿속을 맴돌았다. 욕심은 강박이 됐고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뻣뻣하게 굳었다. 힘을 쓰면 쓸수록 타석에서 성적은 좋지 않았다. 교과서적인 해결법이지만 이호준은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다짐했다. 몸을 굳게 만들었던 힘이 빠지며 밸런스가 회복됐다.

돌파구를 찾은 이호준은 박차를 가했다. 홈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평소보다 일찍 사직구장에 나와 방망이를 들었다. 훈련량을 늘리고 코치진과 꾸준하게 대화하며 타격 자세를 가다듬었다. 타격감에 물이 오르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이호준의 소망은 소박했다. 지난해보다 오래 1군에 머물며 경기에 나서는 게 목표였다. 지난 시즌 이호준은 12경기 7타석 소화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해 기록을 두고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다. 지난 26일까지 이호준은 82경기 121타석에 나섰다. 성적도 준수하다. 103타수 26안타(2홈런) 타율 0.252를 기록 중이다. 최근 경기만 놓고 보면 이호준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호준은 지난 20일 LG전부터 6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경기에 나서면 체력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호준도 올 시즌에 대비해 몸 만들기에 전념했다.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그는 “올해를 앞두고 웨이트를 많이 하며 몸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1군에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다”며 “시즌을 시작할 때와 비교해 살이 7㎏이나 빠졌다. 체력 관리 노하우는 선배들께 조금 더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꾸준한 경기력을 위해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주 3회 웨이트를 하며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이호준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막내다운 장난기 가득한 말과 행동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김)동혁이 형과 장난과 농담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개그에 욕심이 좀 있다”며 “(한)태양이 형이나 (전)민재 형은 잘 안 웃는 편인데 무뚝뚝한 사람들을 웃기는 맛이 있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그가 최고로 꼽는 개그 콤비는 김동혁이다.

롯데가 어렵사리 연패를 끊으며 이호준의 활약도 빛을 볼 수 있었다. 정규시즌을 불과 한 달여 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이호준의 키워드는 ‘유지’와 ‘집중’이다. 이호준은 “지금 괜찮은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거다. 유격수로 수비에 임할 때는 조금 더 집중해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며 “올해 꼭 가을 야구를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