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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 돌아서면 깜빡깜빡~ 기억의 블랙홀

치매와는 다른 일시적인 기억 감퇴

스트레스·음주·흡연 등이 주된 원인

운동·규칙적인 뇌활동하면 좋아져

계산능력 떨어지면 정밀검사 필요

  • 정상도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04-06-20 20:12:2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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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살다보니 깜빡깜빡 정신이 없어져 결혼전 자신이 핀잔을 주던 친정어머니와 닮아가고 있다는 주부 A씨.

기억력 하나는 비상했는데 이제는 대화 도중 갑자기 중요한 용어가 가물가물 하거나 사람 이름도 한참이나 생각해야 떠오른다는 직장인 B씨.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져 가지러 가다가 이를 잊어버리기는 예사이고 시장에서 물건을 산 후 지갑을 놓고 그냥 집에 오는 경우도 있다는 초로의 C씨.

사람은 누구나 지나온 많은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뚜렷한 원인없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기억장애 증상이 심하다면 건망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건망증이란

인간의 뇌세포는 50억~60억개에 달하며 일생동안 쓰이는 뇌세포는 그 가운데 일부이다.

건망증은 일시적인 기억력 감퇴현상이다. 처리해야 할 정보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뇌는 그것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단기 기억장애 혹은 일시적인 검색능력 장애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억은 정보가 받아들여져서 하나의 정신적 인상으로 등록, 저장 또는 유지됐다가 나중에 회상하게 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컴퓨터의 입력 저장 및 출력 과정을 연상하면 쉽다. 또한 이를 제어하는 중앙처리장치 같은 기능이 있어 이 과정을 통제한다. 치매나 다른 기질적인 원인이 있는 기억력 상실은 흔히 이 세 과정에 모두 이상이 생겨 기억이 아예 저장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건망증은 주로 일시적인 입력과 출력의 문제로 새로운 것을 입력하지 못하거나, 저장되어 있는 것을 바로 꺼내 오지 못하는 것이다. 기억력 창고는 충분한데도 들어가고 나오는 문이 시원찮아서 건망증이 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건망증은 중앙처리장치인 마음이 스트레스 불안 걱정 우울 등으로 바빠지면 더 심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두 가지 잊어버려 실수를 하면, 이후부터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더욱 안간힘을 쓰게 되고 이것이 다시 우리의 마음을 바쁘게 하여 건망증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한편 현저한 뇌세포의 파괴로 기억력 장애를 일으키는 치매는 건망증과 확연히 구별해야 한다. 물론 건망증을 치매의 전조현상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치매와 건망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치매는 자신이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고, 건망증은 그것을 안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매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드물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이 문제를 먼저 인식하게 되는 반면, 건망증은 본인이 먼저 깨닫거나 주위 사람들은 별 문제가 안된다고 하는데 자신은 심각하게 느끼는 경우가 더 흔하다.



◇정신적 휴식과 관심 필요

건망증 발생원인으로는 몸의 피로, 수면부족, 정신적 스트레스, 불안과 우울한 기분, 지속적 흡연, 음주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집안일에만 매달리는 중년여성들에게도 잘 생겨 주부건망증이란 말이 생겨났다.

건망증의 치료는 그다지 신통할 게 없다. 자신이 초기치매나 다른 뇌의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의사들은 과잉염려를 없애주고 안심을 시켜준다. 물론 기억장애가 광범위하게 오래 지속되고 방향감각 판단력 계산능력 등이 함께 이상해지면 정밀한 검사와 진찰을 받도록 한다.

건망증을 치료할 수 있는 뚜렷한 약물은 아직 없다. 그러나 건망증을 일으킨 원인을 분석, 문제를 해결하면 치유가 가능할 수 있다. 주위사람의 건망증이 심해지면 그만큼 그 사람에게 정신적 휴식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또 정상적 노화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건망증은 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일상생활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건망증을 예방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뇌기능을 활성화시켜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독서나 신문 읽기 등으로 뇌기능을 계속 활발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망증의 원인이 되는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긴장감,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지나친 음주, 불규칙적인 일상생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술 담배를 자제하고 충분한 수면과 적당한 영양보충,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메모를 하여 기록을 남기는 생활습관이 좋다.

/ 도움말 = 윤경일·부산의료원 정신과 과장
김현진·메리놀병원 신경정신과 과장


◇건망증 이렇게 줄이자

1. 필요할 때마다 메모를 하자.

꼭 기억할 것들은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다. 잊어버리기 위해서 메모한다는 말이 있듯 집안 곳곳에 해당되는 사항을 적어놓는다. 지갑에 그날 쇼핑할 목록 등을 붙여놓고 달력에는 그날의 할 일을 적어놓으며 집안의 대소사를 미리 체크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충분히 자자.

잠이 부족하면 피로가 쌓이고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건망증이 심해지기 쉽다. 따라서 피로는 그때그때 풀고, 잠을 푹 자 뇌의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3. 건망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또 실수하면 어쩌지' 하며 자신의 건망증을 걱정할 때 그것이 스트레스가 돼 오히려 건망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내 나이가 되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4.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한다.

매일 걷거나 조깅, 수영 등을 하면 뇌로 가는 산소량이 많아져서 기억력을 좋게 한다.

5. 고민은 10분만 하자.

어니 J 체린스키의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시적인 건망증 발생원인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긴장감으로 뇌가 시달릴 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오래 지속돼 사고의 집중력이 떨어질 때.

-특정한 생각이나 사건에 집착하는 강박증이 있을 때.

-지나친 음주는 뇌의 신진대사를 방해, 기억력 저하를 유발한다.

-불규칙적인 일상생활은 건망증의 빈도를 높인다.

-단순히 반복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주의력이 떨어져 기억력 저하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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