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늙기를 바라진 않는다'.
인간이 직면한 딜레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노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이다. 최근 부산에 노화종합연구원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노화연구의 쟁점과 과학적 항 노화법을 알아보자.
●노화의 주범 활성산소
노화란 시간에 따른 생체 기능의 손실을 말한다. 모든 생물은 끊임없이 산화 소멸해간다. 인간도 예외 없이 노화의 과정을 통해 죽게 된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있지만 영양 운동 생활양식에서 비롯되는 환경적 요인이 70%에 달한다.
부산대 유병팔 석좌교수는 활성산소가 어떻게 노화와 노인성 질환을 유발하는지 그 기작을 규명해 냈다. 체내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세포구성 성분을 손상시켜 생명체를 노화시키기 때문이다. 활성산소는 원래 우리 몸의 대사 과정에서 생긴 불안정한 산소화합물로,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 이 활성산소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대량 생성을 통해 살균작용을 하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 몸을 늙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활성산소는 왜 증가하는 것일까. 우리 몸을 시소에 비유한다면 한쪽엔 활성산소가 있고, 다른 한쪽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물질이 있어 항상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균형을 깨뜨리는 주범이 바로 미세 염증 반응이다. 이때 과도하게 생성된 활성산소의 축적으로 늙게 되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학설이 미세 염증론이다. 부산대 정해영(약학과) 교수는 지난 2000년 미세 염증이 노화의 주범인 활성 산소를 대량생산한다는 기작을 최초로 규명했다. 미세 염증은 분자단위로 생기는 것이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생체 내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과도한 활성산소가 축적되어 각종 암 동맥경화 관절염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하게 된다.
●과학적 노화방지법
노화 및 항 노화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수명연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화현상 전 과정을 규명하여 죽을 때까지 모든 인체 기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규명된 노화 조절 방법은 소식과 운동, 항산화제의 섭취다. 노화를 막기 위해선 활성산소를 대량 발생시키지 못하게 하거나 발생된 활성산소를 없애는 것이다. 소식은 활성산소 발생량을 줄여준다. 과격하지 않은 적당한 운동은 항산화계의 촉진을 통해 생체를 활성화시킨다.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녹차와 비타민C, E를 함유하고 있는 녹황색 채소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막는다.
노화 원인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은 비만과 미세 염증과의 관계이다. 내장 비만 조직의 40% 이상이 염증관련 세포로 쉽게 활성화되어 미세 염증과 연결된다. 이는 곧 비만 환자들이 미세염증 반응으로 인해 더 빨리 늙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식이조절을 통한 노화 예방은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진시황의 불로초, 각종 건강보조식품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운동과 식이조절임을 나타낸다.
●노화종합연구원의 필요성
지난달 23일 부산시청에서는 국립노화종합연구원 유치를 위한 제3회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최대한 건강한 노후를 영유하는 길을 부산에 마련하자는 뜻에서다. 노화종합연구원은 바로 노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뿐 아니라 실버타운, 의료시설, 복지관련 위락시설, 진료장비 등 노화에 관한 모든 인프라가 구비된 곳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다. 일본엔 국립장수의료센터, 아이치 헬스플라자와 같은 곳이 있으며 미국에는 국립노화연구소와 선시티 등이 있다. 선시티의 경우 5만8000개의 주거 홈에 노인 8만4000명이 거주하며 종합병원, 경찰서, 실내영화관 등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노령화가 가장 빠른 곳 중 하나다. 특히 부산은 계속된 인구유출로 노령인구 비율이 9%로 전국 대도시 중 가장 높다. 게다가 부산은 노인들이 생활하기 좋은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와 교통 접근성을 갖고 있다.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이 건립되는 등 의료 클러스터의 구축이 추진되고 있어 노화종합연구원 건립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노화에 대한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나 여러 대학,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부산대 장수생명과학기술연구원 등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병팔 교수는 "통합된 연구 단지를 통해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좋은 여건을 갖춘 부산에 미래역점 사업으로 노화종합연구원이 생기면 경제 등 지역발전에 큰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부산대 전국 유일 '노화조직은행' 운영
부산대학교 약학대학 유전공학연구소(대표 정해영 교수)는 전국 유일의 노화조직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노화 연구를 위한 다양한 생물의 노화 조직을 수집, 관리하는 곳으로 2000년 9월 구축된 후 원숭이 쥐 등 10만여 종의 조직이 보관되어 있다. 연구소는 구축된 노화조직을 바탕으로 노화촉진 모델 및 노화기전, 노화제어기술, 노인성 질환 예방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노화조직은행을 통하면 연구비 절감효과가 크다. 그동안 개별 연구 때마다 조직을 구하는 데 중복투자되거나 일일이 개체를 배양해야 했다.
하지만 노화조직은행에는 각종 개체와 장기 조직이 축적돼 있다. 필요한 때 필요한 양만큼 사용할 수 있어 연구에 비용 및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소재들은 국내 연구 교류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과 조직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 정해영 교수는 "노화조직의 체계적 공급과 관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노화 연구활동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노화종합연구원이 설립되면 이 은행이 핵심적 연구기반 시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