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와 초등생 등 저연령층의 인터넷 과다사용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잃기 쉬운 방학 땐 이같은 우려가 더 크다. 전문가들은 자기통제가 되지 않는 저연령층일수록 인터넷 중독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며 부모의 관심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 상담필요 초등생 중고생의 2배…정보검색·채팅보다 게임 몰두
●갈수록 저연령화
지난 6월 부산시교육청이 실시한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 조사에 따르면 초등생 100명 중 7명은 인터넷 중독 또는 잠재적 중독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중독으로 일상 생활 유지가 힘들고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한 고위험군 비율은 초등학생이 2.92%로 중·고등학생 보다 배이상 높았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상담사례에서도 저연령층의 인터넷 중독 현상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아 및 아동의 인터넷 중독은 주로 게임에 치중돼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사고 능력이 부족하고 자극에 잘 이끌리는 아동들에게 인터넷은 정보검색이나 의사소통용이라기 보다 게임을 즐기는 용도로 더 활용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연령층이 낮을수록 게임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지고 중독 양상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특히 요즘엔 유치원 뿐 아니라 미용실, 대형 음식점 등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대부분의 시설에 PC가 설치돼 아이들의 인터넷 노출은 갈수록 늘고 있다. 부산체신청 인터넷 중독예방상담센터 이복녀 팀장은 "인터넷 사용 저연령화가 인터넷 게임 중독의 위험을 높이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며 아동들에 대한 상담 치료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자기통제력 약하고 고립감 느껴…진심어린 대화 나누느냐가 중요
●부모와 대화 필수
인터넷 중독에 빠진 아이들 대부분이 심각한 고립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센터를 찾은 김 군은 "부모님은 밤 늦게 들어오고, 놀 친구도 없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어났다"고 털어놨다. 딱히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는 데다 자기 통제력까지 약하다 보니 아이들은 쉽게 인터넷에 빠져든다.
흔히 맞벌이 부부 자녀의 경우 인터넷 중독이 더욱 심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부모의 근무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와 얼마나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느냐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미디어중독대응팀 엄나래 전임연구원은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 아이들이 하루에 부모와 30분도 대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부모 중에는 자녀가 하루 중 몇시간을 혼자 지내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아빠가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의 인터넷 중독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부 안영언(41·북구 화명3동) 씨는 바둑과 장기를 통해 아이와 대화시간을 갖게된 대표적 사례다. 초등 5학년인 아들은 매일 2시간 이상씩 인터넷에 빠져 있을 만큼 강한 집착을 보였다. 인터넷을 하지 못하게 한 처음 1~2달은 밥을 먹지 않을 정도로 반항했지만 차츰 바둑과 장기에 흥미를 붙이더니 지금은 오히려 부모와의 바둑 시간을 기다릴 정도라고. 안영언 씨는 "바둑을 둘 때 나누는 학교생활 등 대화가 아이와 관계를 더욱 강화시켜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일주일 2~3번 1시간 사용 통제…규칙 잘 따르면 적절한 보상을
●즐길거리·외부 환경 중요
유아 초등생 등 저연령층 아이들의 경우 자기통제가 부족한 만큼 외부 환경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안 환경에 약간만 신경을 쓰면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을 줄일 수 있다. PC 사용시간을 일주일에 2~3회로 하되 한번 쓸 때는 1시간을 넘기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또 컴퓨터는 될 수 있으면 거실 등 개방된 곳에 설치하고 규칙을 잘 따를 땐 적절한 보상으로 아이의 성취감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부산체신청 김성수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장은 "인터넷에 깊이 빠진 아이들은 자신이 하루에 어느 정도 PC를 사용하는지 모르고 있다"면서 부모와 함께 시간표를 짜서 인터넷 사용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아나 초등생들의 인터넷 중독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부모와의 대화시간 확보와 함께 게임에 쏟는 흥미를 돌릴 수 있는 다양한 취미 및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부산체신청은 지난 1일 처음으로 인터넷 중독 치료 무료 캠프를 가졌다. 정보문화진흥원이 고위험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중독 치료 캠프를 전국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캠프에는 찰흙 만들기, 세족식, 암벽타기, 장애물 넘기 등 가족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캠프 참가생들은 캠프후에도 지속적인 관리 프로그램으로 관리를 받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미디어중독팀 지훈 부팀장은 "아이들은 함께하는 놀이를 혼자하는 인터넷보다 더 즐기게 된다"며 "치료 캠프 뿐 아니라 다양한 취미를 개발할 수 있는 인터넷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