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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미술로 아이마음 헤아리기

부모가 함께 그림그리며 아이와 소통하도록

집에서는 일상의 작은 소재 선택해 그리게…어릴수록 색 사용 강요말아야

아이의 의도에 귀기울여야

저학년엔 세밀한 표현 가능한 색연필, 물감 등 사용하게

  • 김영임 기자 bluekyi@kookje.co.kr
  •  |   입력 : 2007-09-09 20:15:10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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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평생교육원이 지난달 실시한 창의미술교육 수업에서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미술 작업을 하고 있다.
미술이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감정 치유 놀이로 각광받고 있다. 복지관이나 전문사설기관 등에서 미술교육 및 미술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곳도 있다.

문제는 미술 교육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지만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아이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미술을 통해 아이의 마음과 소통할 수 있을까. 부산교육연구소 심수환 부소장의 조언으로 그 방법을 들어본다.


# 무엇이 문제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이중섭…

그림 하면 바로 떠오르는 미술가들이다.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리면 부모들은 내심 유명한 화가로 자라기를 꿈꾸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의 그림을 평가할 때는 곧장 그림이 얼마만큼 사실에 가까운지, 아름답게 그렸는지에 치중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미술 활동이 예술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도리어 아이가 미술을 멀리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심 부소장은 "글을 잘 쓴다고 모두 문학가가 되는 것이 아니듯이 그림도 꼭 화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미술이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에게만 적용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지 자신의 의도와 감정을 잘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미술 심리치료도 일반 아동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심리현상은 복합적이라 그림의 한 단면을 보고 아이의 성격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라색을 많이 사용하면 산만하다' '인물을 작게 그리면 소심하다' 등 몇몇 기준에 의한 분류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소심함 산만함 정서불안 편집증 등 다양한 증상들은 성장 과정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 마련이다. 최근 그림 그리기가 성격·심리 개조 기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부모들은 아이의 증상을 미술 치료에 쓰이는 몇가지 기준에 맞춰 속단하거나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편견과 걱정만 더할 뿐 미술 교육의 효과를 제대로 얻기가 힘들다.


# 부모와 함께하기 중요

초등 2학년이 그린 놀이터 모습.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글과 함께 생생하게 묘사했다.
지난달 16~24일 부산대 평생교육원에서 진행된 '엄마와 함께하는 창의 미술교육'이란 프로그램에 참가한 주부 김 모 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의 뜻밖의 발언에 놀랐다.

얼마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의 문이 잠겨 십여분간 문밖에서 기다린 적이 있었는데, 이 일이 아이에겐 매우 두려운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당시 아무 말도 않던 아이가 이날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엄마가 날 배신했다고 원망의 감정을 드러냈다.

김 씨는 "일기에도 씌어 있지 않아 그 일이 그렇게 아이에게 큰 자극이 됐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경 미술치료 전문 강사는 "미술 활동을 통해 부모가 평소 몰랐던 아이의 감정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엇보다 부모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아이들이 겪는 정서적 성격적 문제들은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특히 언어표현이 미흡한 저연령층의 경우 그림은 효과적인 의사전달 방식이 된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그리기 등 활동에 참가하는 것은 바로 아이와 함께 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의할 점은 부모가 그림에 대해 무조건 칭찬하거나 그림의 잘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아이와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중간 부모가 직접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좋다. 아이가 설명하기도 전에 '꼭 사과같네' '예쁜 딸기 닮았네'라고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의도를 들어보는 것이다. 설령 아이가 검은색의 네모난 사과를 그리더라도 '무엇을 하고 있는 모습이니' '재미있는 모양이네 설명해 줄래'와 같이 해석을 유도하자. 그림을 설명하는 과정에 아이가 평소 갖고 있는 생각과 고민, 문제들이 드러난다.


# 집에선 이렇게

우선 그림 그리기가 부담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한 소재를 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턱대고 백지 한 장 위에 마음대로 그려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막막하게 해 자유로운 사고를 막는다.

오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시장에 가면 하고 싶은 일, 숫자로 나타내는 마음 등 소재를 주어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소극적인 아이일수록 망설임이 더 심한데 이럴 땐 잡지나 사물의 일부를 스케치북에 미리 그려놓고 나머지 부분을 채워 나가도록 하면 덜 막막해 한다.

연령층이 낮을 경우 처음부터 색 사용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색은 일종의 예술적 형상화의 과정이라 추상적 사고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힘겨운 선택이 된다.

색을 쓰더라도 스케치북 모든 부분에 채워넣을 것을 강요하지 않도록 한다. 아이가 그림을 표현의 도구로 생각하기보다 완성해야 하는 임무로 느껴 부담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또 저학년일수록 크레파스와 같은 뭉특한 그림도구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은 사물의 부분을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자세히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크레파스는 끝이 뭉특해서 생각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학년에겐 색연필이나 물감, 볼펜과 같이 세밀한 묘사가 가능한 도구가 좋으며 그림 중간중간 글을 써넣는 것도 좋다. 또 그림뿐 아니라 찰흙 만들기, 미술관 관람 등 다양한 경험을 갖게 하는 것도 좋다. 심 부소장은 "미술 활동을 통한 아이와의 대화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며 "매일 규칙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벽면을 도화지로 사용하는 등 미술활동을 일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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