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4명 중 1명 고통 받아
- 과도한 음주·우울증 등 불면증의 원인 천차만별
- 장기간 지속땐 만성피로, 고혈압 유발, 수명도 단축
- 술·카페인 등 섭취 줄이고, 적당한 수면제 복용 괜찮아
어떤 일에 몰두하거나 재미를 붙여 자는 시간마저 잊어 버리게 될 때 흔히들 '밤을 하얗게 샌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런 식으로 수면을 생략하는 일은 대개 자발적이어서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다음날 부족한 잠을 보충해주면 된다. 하지만 미치도록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굳이 질환이라고는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불면이 계속 이어진다면 생체리듬이 깨지는 것은 물론이고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큰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제발 잠 좀 자게 해주세요"
어떤 이유에서든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을 '수면장애'라고 부른다. 수면장애는 원인에 따라 불면증과 자는 도중 호흡이 멈추는 수면성무호흡, 시간과 환경에 관계없이 잠이 쏟아지는 발작성수면장애, 낮과 밤이 바뀌는 불규칙한 교대근무 등으로 생기는 수면-각성장애, 과다수면증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수면장애는 불면증이다. 성인 4명 가운데 1명이 이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보고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 진료환자는 2006년 15만 명에서 지난해 29만 명으로 늘어났다. 유형별로는 2010년을 기준으로 할 때 불면증이 19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수면성무호흡(1만9792명), 발작성수면장애(1454명), 수면-각성장애(1370명), 과다수면증(1051명) 등의 순이었다.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잠은 들었지만 중간에 자주 깨어 수면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일어나서도 개운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불면증에도 종류가 많다. 한국인들에게는 잠자리에 누워 30분 이상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는 입면장애와 잠을 자다가 자꾸 깨는 수면유지 장애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불면증은 잠을 자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원인은 천차만별이다. 과도한 음주로 인해 잠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손상되는 수도 있고,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많다. 또 교대근무로 인해 생체리듬이 바뀌거나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으로 잠을 자지 못해 낮에 늘 졸리는 경우, 과민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적인 경향으로 잠을 설치는 수도 적지 않다. 스트레스로 마음이 불편하거나 수면습관이 올바르지 못해도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 또는 호흡기 질환,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도 종종 불면증이 동반된다.
불면증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방치하면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불면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불면증이 지속되면 무기력하고 짜증이 늘어나며 불안하거나 우울한 기분이 드는 심리적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몸이 무겁고 피로하며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불량, 변비와 같은 위장장애나 어지러움, 두통, 어깨 결림과 같은 신체적인 증상도 뒤따라온다. 따라서 이주일에서 한 달 이상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수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잠을 못자면 생명이 단축된다
수면장애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수면 빚'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잠을 자지 못하면 못잔 만큼 수면 빚은 계속 쌓여가고 이것은 만성피로와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에는 잠을 잘 자면 수명이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연장된다는 연구보고서까지 나왔다. 수면 시간이 하루 6시간 이내라면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배가량, 하루 5시간 이내라면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3배 더 높아진다는 학설도 있다.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잔다면 숙면을 취하는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15%나 높다는 주장도 있다.
불면증은 좋은 수면 습관을 취하는 것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잠자리에 눕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규칙적인 기상시간을 지켜서 수면리듬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 특히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낮 시간에 햇볕을 쬐며 운동이나 산책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좋다. 오전 햇볕은 멜라토닌이란 수면 호르몬을 활성화시켜 깊은 잠을 자는데 유용하게 작용한다. 저녁 시간에는 가급적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는 피해야 하며 가볍게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는 것도 숙면에 큰 도움이 된다.
술은 불면증과 상극이다. 술은 처음에는 잠을 잘 들게 하는 듯 보이지만 중간에 자주 깨고 나쁜 꿈을 많이 꾸게 해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불면증을 해결하려다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불면증 치료와 관련해서는 수면제에 대한 오해가 많다. 병원을 찾는 대부분은 수면제는 중독성이 강하며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불면증의 치료 원칙은 증상의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면제 남용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조언한다. 대개는 약을 쓰지 않고 치료를 하지만 수면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도 의존성이나 습관성이 없는 약품을 단기간 처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중독성 등 부작용이 거의 없는 수면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는 실정이다. 도움말=권명환 해동병원 정신과 과장
※ 좋은 수면습관을 위한 지침
잠자리에 눕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규칙적인 기상시간을 지켜라.
낮 시간에 햇볕을 쬐며 운동이나 산책을 규칙적으로 하라.
저녁 시간에 커피나 술을 피하고 과식을 하지마라.
취침 전에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면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잠자리에 누워 있지 마라.
침실 분위기는 적당히 어둡고, 조용하고, 편안한 것이 좋다.
잠자리에서는 이런 저런 걱정을 하지 마라.
침실의 시계는 치워라. 시간을 자꾸 확인하면 잠이 더 달아난다.
억지로 자려하지 마라. 오늘 못 자면 내일 자면 된다는 마음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