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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영화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노년 층이 늘어나고 있다. 촬영 중인 부산 남구노인복지관 영상동아리 래디액션팀. |
- 시나리오 작성부터 편집까지 노인들이 팀 이뤄 영화 제작
- 시청자미디어센터 등 멘토역할, "일상의 활력" 참가자들 대만족
- 80여편 중 입상작 18편, 영상제 기간 중 상영 계획
풍요로운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자산, 연금 등 재무적인 면도 필요하지만, 취미 등을 활용해 여가를 충실히 보내는 비재무적인 측면도 무척 중요하다. 노년기 여가활용은 심각한 노인 우울증을 예방하고 길어진 노년기를 심리적·신체적으로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한국사회 노인들의 여가 생활은 TV시청, 수면, 단순 휴식 등으로 활동적이거나 진취적이기보다 수동적,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다.
관람하고 휴식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던 노인문화가 이제는 노인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 적극적인 자신들의 문화로 형성해 나가는 쪽으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부산에서도 이러한 노인들의 욕구를 담아내기 위한 어르신들이 직접 영화를 제작해 선보이는 제1회 부산실버영상제가 오는 18일 개최된다. 이번 영상제는 아마추어 어르신들이 시나리오, 촬영, 편집, 해설까지 스스로 직접 제작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영상제에서 상영될 공모전 입상작들이 발표됐다. 남구노인복지관 영상동아리 레디액션 팀의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후자금을 받은 후 이전과 달리 무심해진 아들의 태도에 상처를 받은 할머니가 자살까지 생각하지만, 손자를 통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한다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향명(70) 씨는 "손자들이나 보며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영화제작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며 아주 즐거웠다"고 말했다.
우수상을 받은 '신사임당'을 제작한 부산시 노인종합복지관 영실버팀의 김경식(73) 씨는 영화촬영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처음에는 '노인들이 무슨 영화촬영이냐'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촬영이 끝난 지금은 "어떤 일이든 해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며 도전해 볼 것을 권했다. 영화촬영 초기 고가의 카메라를 만지는 것조차 겁이 났다는 김 씨는 이제 다음 작품을 구상 중일 정도로 영화 제작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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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제작과 관련된 강의를 듣는 부산시 노인종합복지관의 영실버팀. |
완성된 영상만이 결과물의 전부는 아니다. 짧게는 2개월 이상 함께 작업하며 팀원 간의 우애도 크게 늘었다. 영실버 팀의 허명숙(69) 씨는 "촬영기간 동안 팀원들과 함께하며 정이 듬뿍 들었다. 영화 제작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지속적인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어르신들이 만들었다고 해서 결코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안수근(동명대학교 언론영상광고학부 교수) 심사위원장은 "모든 심사위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작품의 수준이 높았다. 다양한 주제에다 노인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까지 담긴 작품들이 많았다"며 어르신들의 영상 제작 실력에 감탄했다. 이번 영상제는 총 80편의 작품이 접수되는 등 높은 경쟁이 벌어졌다.
물론 어르신들만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준 멘토들이 있었다. 레디액션팀은 동명대학교 언론영상광고학부의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영실버팀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의 멘토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특히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장비지원은 물론 초·중·고교에서 강의하는 문화예술교육 강사들을 파견해 영상제작교육과 제작실습에 큰 도움을 주었다. 영실버 팀의 허 씨는 멘토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영화를 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초반 이론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채원(동구노인복지관 관장) 조직위원장은 "어르신들이 영상제작을 통해 미디어 소외를 극복하고 문화 참여에 대한 욕구를 채워 나가는 것은 어르신 개개인의 삶에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영상제작을 통한 노인 생활의 질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 부산실버영상제 18일 개막, 20일까지 시민회관 일원서
'신 노년문화를 선도하는 미디어 에이징'을 슬로건으로 한 제1회 부산실버영상제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부산시민회관에서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열린다. 개막식은 18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며 대상 수상작인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 가 상영된다. 이어 이번 영상제의 초청작인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을 변사 신출 씨의 목소리로 감상하게 된다.
부산실버영상제 조직위원회의 김진호 사무국장은 "이번 영상제가 미디어를 매개로 한 노년기 사회참여를 증진하는 노인미디어 축제가 될 것"이라며 노인생활문화에 도움은 물론 세대간 교류 및 이해 증진의 장이 됐으면 한다"는 기대를 밝혔다.
이번 영상제에는 수상작 18편과 초청작 3편의 상영 외에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어르신 선발대회와 무료진료 서비스, 먹거리 장터, 사진작가 최민식의 사진전시회 등 풍성한 볼거리와 체험행사가 준비되어있다. 문의 (051)791-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