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름다운 동행'…막막한 시각장애인 독립보행 도와드려요

"불법주차, 가장 큰 장애물"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2-09-18 20:25:02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시각장애인 전용섭 씨가 집에서 도시철도 4호선 동부산대학역 4번출구까지 가는 길을 정영록(왼쪽) 복지사로부터 안내받고 있다. 전 씨의 뒤에서는 박혜지 팀장이 함께 하고 있다.
- 이사 등 환경변화로 인한 주변지형 적응·숙지 돕고 공공시설 이용법 안내도

- 파랑새종합복지관 운영
- 해운대구 거주 50세 이상
- 주 1회 서비스 신청 가능
- 자원봉사자 상시 모집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상상하면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편의가 아닌 장애로 다가온다. 게다가 사고나 질병 등으로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된다면 가장 기본적인 생활도 불가능해진다. 오랫동안 시각장애인으로 지내온 사람이라도 이사를 가는 등 생활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독립보행능력을 높여주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 '동행'을 파랑새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함께 걸어주는 프로그램

   
정영록 복지사가 전봇대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18일 오전 10시15분께 전용섭(해운대구 반송2동·50) 씨는 정영록 복지사와 박혜지 팀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전 씨는 집에서부터 도시철도 4호선 동부산대학역까지 걸어가는 루트를 익히려는 참이었다. 박 팀장은 "독립보행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목적지를 설정한 뒤 왕복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함께 걷는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시각장애 1급인 전맹상태다. 그나마 낮에는 밝은 색깔의 물체는 형체 정도만 구분할 수 있다. 전 씨는 "3일 전에 외출갔다가 오른쪽 엄지 발가락을 다쳤다. 그래도 밴드만 바르면 걷는 데는 지장없다"며 활달한 모습이었다.

전 씨는 시각장애인의 상징과도 같은 흰지팡이를 집어 들고 집을 나섰다. 전 씨를 가운데 두고 정 복지사가 앞, 박 팀장이 뒤에서 움직였다. 시각장애인이 이동할 때는 보통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흰지팡이를 사용해 혼자 보행하는 방법, 안내인이 앞에 서고 안내인의 팔을 잡고 이동하는 안내보행, 맹인안내견과 함께하는 경우다. 대부분은 흰지팡이를 이용한 보행을 주로 하고 있다. 이날, 전 씨에게 안내보행 의사를 묻자 그는 "이 정도는 문제 없다. 옆에서 계셔주시면 된다"고 했다.

■랜드마크를 기억하라

   
전용섭 씨가 지하철 역내에서 우대권 발매기를 사용하고 있다.
전 씨의 집 대문을 나서자마자 반송천을 따라 자동차와 보행자가 섞여 다니는 길이 나왔다. 전 씨가 그 길로 진입하려는 순간 자동차 두 대가 연이어 나타났다. 정 복지사는 "아버님, 차 지나갑니다. 두 대니까 잠깐 기다리세요"라며 전 씨에게 멈추도록 했다. 전 씨는 "소리 듣고 알았어요. 이쪽으로 비켜 서 있습시다"하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거기서부터 10분 정도 직진해 걸으면 서부교회가 나온다. 정 복지사는 "아버님, 여기가 서부교회에요. 여기 기억하세요. 그러면 다음 도착지는 편의점이에요"라고 전 씨가 중요 포인트를 기억하도록 상기시켰다. 박 팀장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길안내를 할 때 사라지지 않는 큰 건물을 랜드마크 삼아 외우도록 하는 방법을 쓴다고 알려줬다.

교회를 지나 편의점이 나오자 두 복지사는 전 씨를 잠깐 멈추도록 해 랜드마크를 다시 일러줬다. 박 팀장은 "아버님, 편의점에서 우회전하셔야 다음 기점인 빵집이에요"하고 말했다. 전 씨는 흰 지팡이로 바닥을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전 씨는 "불법주차만 안하면 길 기억하는 거 어렵지 않은데…"라고 혼잣말을 했다.

박 팀장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불법주차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큰 장애로 다가온다. 아예 길이 사라지는 셈이 되기 때문에 집 가까운 곳에서도 길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 씨도 얼마 전 집에서 10분 거리인 서부교회 인근에서 불법주차 때문에 방향을 잃어 결국 경찰에 전화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빵집 앞 건널목이 마지막 랜드마크였다. 건널목에서 앞으로 직진하면 129-1, 115-1 등을 타는 버스 정류장이고, 건널목에서 왼쪽이 4호선 도시철도 동부산대학역 4번 출구다. 동부산대학역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45분께로 30분가량 걸렸다. 비장애인이 걸으면 15분 남짓한 거리였다. 지하철 역사로 들어올 때도 두 복지사는 전 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계단을 4개 올라와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역사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씨는 "엘리베이터는 기다리는 시간이 싫어서 에스컬레이터를 더 많이 이용한다"며 능숙하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 안내

역사 안에서 표를 구매할 때도 두 복지사의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박 팀장은 "아버님, 바닥에 정지 표시 아시겠죠. 그게 3개가 있는데 첫 번째 바로 앞에 우대권 발매기가 있어요. 복지카드 꺼내서 표 받으세요"라고 안내했다. 도시철도 4호선 동부산대학역의 고객 대기실에서 전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 씨는 "노모와 함께 대연동에 살다가 지난 4월에 혼자 반송으로 이사를 왔다. 그래서 주변 지형을 익혀야 했다. 복지관에서 이 프로그램을 알게 돼서 신청했다"고 했다. 전 씨는 어렸을 때 뇌막염을 앓아 시력이 저하됐고 현재는 전맹상태다.

전 씨는 "이 프로그램으로 마트, 은행, 재래시장 등 필요한 곳으로 가는 루트를 다 익혔다. 이사 온 직후 막막했지만 이제는 혼자서도 큰 무리 없이 다닐 수 있어 아주 편해졌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성인 시각장애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주일에 1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가족 또는 활동보조인과 함께 활동할 수도 있다. 현재는 총 8명이 이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는 상시로 모집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양성교육과 방문보행 지도도 병행되므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4. 4[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5. 5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6. 6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7. 7‘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8. 8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9. 9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0. 10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7. 7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8. 8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9. 9[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10. 10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