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불안한 얼굴로 질문하던 젊은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세월호로 드러난 부패한 자본, 무능한 국가경영의 실패를 지켜본 그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얼마나 참여했을까. 실망스럽게도 정책 대결은 여전히 실종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교육에 대한 열망이 높은 우리나라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개천에서 용이 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중되어 온 불안과 무기력감으로, 세계 최고의 '초저출산율' '초고자살률' 국가로 귀착되어 버렸다.
OECD 국가들의 팩트북(Factbook) 2013년판이 출간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5명 언간에 있다. 스웨덴의 1.9명에 비해 절반 수준이며 자살률 상승곡선은 세계 2위를 차지한 칠레의 90%를 한참 뛰어넘은 280.68% 상승곡선을 기록하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승곡선이다. 실제 자살은 OECD 국가의 주요 사망요인이지만 1990년부터는 많은 국가에서 감소되고 있다. 덴마크 에스토니아 헝가리 핀란드 오스트리아에서는 40% 이상이 감소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칠레, 러시아, 일본과 폴란드처럼 증가되는 나라도 있지만 한국의 자살률은 3-4배에 가까운 수직상승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살자 수가 약간 주춤했다. 그러나 청장년 남성의 자살은 줄지 않았다. 2010년 청장년층 조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이 무려 50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5년전 19명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사회를 이끄는 가장 주요한 연령층에서의 삶의 지표가 얼마나 나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고용율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임금의 격차도 심각해 대기업 대비 중소제조업의 생산성은 지난 10년간 30% 이상 감소했고, 월평균 임금수준 격차도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알다시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궁극적으로는 '소득과 고용의 불안정'이다. 낮은 보육 공공성, 높은 교육비 부담, 희박해지는 좋은 일자리, 극심한 고용불안과 경기침체, 양극화와 양극화를 가속시키는 성장체계, 그리고 수년간 교란시켜온 사회복지 지지체계의 약화….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할 지도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관련학계가 건전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면, 언론은 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공론화해 시민의 각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정치적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함에도 사회통합을 위한 통찰과 실천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도무지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염불만이 난무하는 선거현수막들을 보면서, 건강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 사회를 염려한다. 초저출산율, 초고자살률을 거듭 경신하는 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대통령이나 무슨 대수란 말인가? 이를 직면하고 로드맵을 작성하여야 함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지도력을 가진 이라고 수긍할 마음이 없다.
세월호가 드러낸 생명 경시의 아픈 자화상은 자본과 국가경영의 위기를 생살처럼 드러내고 있다. 거기가 우리의 그라운드제로이다. 제대로 직시하자. 그리고 판단하자. 선거철 그 시기 외에는 노예로 사는 것이 민주시민이라면 슬프지 않은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안위를 목표로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에 분노한다면, 이것을 표현하는 것이 시작이겠다. 용기있는 시민의 힘을 다시 믿어본다.
오흥숙 부산생명의전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