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복지칼럼] 동냥과 모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10-28 19:18:4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시월, 부산의 저녁 바람이 차다. 가을에 접어들어 부산시는 물론이고 각종 기관에서 미뤄두었던 행사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세월호 사태의 진상규명은 지지부진하고, 각종 안전사고가 귀를 때리고 있던 지난 주말 저녁, 찬바람을 뚫고 광안대교 위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불꽃에 감명받고 추억을 만든 이들도 있고 불만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불만스러워 하는 이들은 20억 원 이상의 돈이 하룻밤새 연기로 없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뜻있게 사용하면 좋겠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행사 소식과 그 평들을 들으면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고 이제 마무리와 내년을 계획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도 예산 확정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고 민간 사회복지계는 곧 모금의 시즌을 시작한다. 추운 세밑이 되면 항상 등장하는 이미지들이 있다. 사랑의 열매, 구세군의 자선냄비, 산타클로스 등등. 모두 적선을 위한 이미지들이다. 기부를 통해 세상 모든 사람이 따뜻한 세상에서 살게 하는 선을 쌓자는 의미인 것 같다. 이 이미지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기부로 움직이게 하는 전통적인 소구였다. 요즘은 다양한 기관에서 다양한 모금행사로 기부를 유도하는 흐름들이 생겨났다. 이 모금 전략들은 동냥이 가지는 해악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옛날 가난한 사람이 직접 자신의 생계활동을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동냥 밖에 없었다. 동냥의 성과는 사람들의 동정심을 얼마나 끌어내는가에 달려 있었다. 이를 위해 주로 자신과 가족의 치부를 드러내 놓고 살펴주기를 바랬다. 이 치부는 개인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현재의 더럽고 헐벗은 모습이기도 했다. 자신의 치부가 선명히 드러나지 않으면 자해를 하거나 자신의 아이들을 볼모로 삼기도 하였다.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상대방을 놀리거나 자신들의 조직을 과시하고 위협함으로써 필요한 물품을 얻기도 하였다. 또 스스로의 재능을 일구어 놀이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근근히 입에 풀칠하기도 하였다.

동냥은 어떤 이에게는 지옥문 언저리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목숨을 부지하는 몸부림이었다. 또 어떤 이에게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협잡이었으며, 어떤 이에게는 놀이 같은 문화적 활동이었다. 다른 이에게는 자신과 동료를 과시하는 방법이었다. 동냥은 인간성을 해치는 행위였다. 사회복지사업이 등장한 이유는 이런 인간성을 해치는 행위를 당사자가 직접 하지 않게 함으로써,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전문 모금자들조차 연민과 동정에 호소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하급시민으로 전락시키는 경우가 많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병풍으로 삼아 자신의 성숙함을 뽐내게 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천박한 태도다. 아낌없이 베푸는 선물조차도 그것을 받는 개인의 자기존중을 손상시킬 수 있다.

"자선은 상처를 준다"라는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의 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호소해 많은 자원을 얻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상태를 도구로 삼아서도 안 된다. 사람 중심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사회복지, 이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처받은 자에 대한 동정심의 극대화'가 아니다. 모든 시민들이 시민으로 발언하고 참여하며 생활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도록 하는 권리를 보장하는 노력이어야 한다. 이런 사회에서 쏘아올리는 불꽃이 만드는 축제를 보고 싶다.

윤성호 동서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3. 3[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4. 4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5. 5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6. 6[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7. 7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8. 8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9. 9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10. 10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1. 1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2. 2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3. 3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4. 4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5. 5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6. 6[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7. 7민주 “국힘, 장병 부상 앞에서 정쟁 멈추라”
  8. 8[2026 국감 브리핑]미래기금 사업 95% 원안 그대로 수용·증액…박수영 “방만 편성” 지적
  9. 9“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10. 10[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1. 1[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2. 2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3. 3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4. 4“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5. 5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6. 6"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7. 7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8. 8‘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9. 9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10. 10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4. 4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5. 5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6. 6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7. 7“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8. 8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9. 9부산항 앞바다서 60대 여성 심정지 상태로 구조
  10. 10추석 연휴 마지막날 정체 시작…부산→서울 5시간
  1. 1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2. 2[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3. 3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4. 4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5. 5AG 펜싱 남자 에페, 일본 38-37 꺾고 단체전 결승…銀 확보
  6. 6한국 양궁…단체전 6종목 모두 4강행
  7. 7[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8. 8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9. 9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10. 10[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