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창인 요즘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면역력을 올려주는, 몸에 좋은 음식이 무엇입니까"이다. 경험컨대 질문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이미 본인만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예외없이 던지는 말이 있다. "아침밥을 거르지 마시고 꼭 드십시오."
어떻게 보면 아주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는 면역력을 올려주는 음식 중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을 알지 못한다. 아침식사를 해야 하는 까닭은 아침식사를 걸렀을 때 공복상태가 14~18시간 정도 지속됨으로 인해 뇌를 비롯한 인체에 영양공급이 잘 되지 않아 건강을 해치고 관련 질병이 올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인체의 다른 기관과는 달리 위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의 경우 음식이라는 짝이 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하는데 이는 외부의 사기(邪氣)라는 짝이 있어야 성장이 가능한 면역력의 개념과 유사한 면이 있다. 즉, 아침 기상 땐 가장 상대하기 편한 가벼운 짝을 만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짝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현명한 음식 습관이다. 이는 복싱을 배울 때 점점 강한 스파링 파트너를 만나면서 연습의 강도를 올려가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동의보감 내경편(內景篇)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서 죽을 먹으면 가슴이 시원하고 위장을 기르며(養) 진액을 생기게 하고 하루 종일 마음을 상쾌하게 하며 보(補)하는 힘이 적지 않다."
여기서 '새벽'이라고 표현돼 있지만 이를 '아침'이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특히 아침식사는 죽을 먹으라고 하여 아직 덜 깬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를 권고하고 있다. 아침 기상 후의 위장은 서서히 단계적으로 깨어나는 것이 중요한데, 만일 아침을 거르고 공복에 모닝커피라도 한 잔 마실 경우 그것은 위장에 갑작스러운 고문을 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굳이 공복의 모닝커피 예가 아니더라도 일어나자마자 식사를 하거나 녹즙이나 과일, 야채샐러드와 같이 냉(冷)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위장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같은 위장이라도 하루 중 시간에 따라서 그 기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아침 기상 후의 위장을 깨우는 일은 애기를 돌보듯 조심조심 해나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식사는 기상 후 최소 30분에서 1시간이 지난 다음에 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매일 아침밥 또는 죽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수개월 내지 수년이 지나면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다. 이는 질병에 대한 면역력과 회복력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 임상에서 여러 차례 확인되고 있다. 부디 일상이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더라도 아침밥만큼은 꼭 챙겨 하루의 건강을 잘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대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