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보면 어지러움증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어지러움을 표현하는 한의학 용어 중 '담훈(痰暈)'이라는 것이 있다. 이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痰(가래 담) 때문에 온 暈(어지러울 훈)'이다. 여기서 담(痰)이라는 표현은 가래라는 뜻이 아니고 우리가 흔히 '어깨에 담이 들었나봐'라고 표현할 때의 그 담이다. 일반적으로 어깨나 허리 등의 근육이 아플 때 '담(痰)'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실제로 임상에서는 그에 못지않게 머리의 질병, 특히 어지러움증을 표현할 때 이 '담'이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동의보감 내경편(內經篇)에선 '담'이라는 개념을 인체의 진액이 열을 받아 생기는, 즉 인체 내의 수분대사가 잘 되지 않아 발생하는 병리현상이라고 보았다. 특히 비위기능이 약한 경우 발생한다고 한다. 또 동의보감 외형편(外形篇)에선 '담훈'을 머리가 무거워 들지 못하고 어지럼증이 있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라고 적고 있다. 이를 실제 증상으로 표현해 보자면 음식을 먹었는데 소화는 안 되고 명치가 그득하며 머리는 맑지 않고 어지러우며 귀가 울리는 등의 상태를 떠올리면 되겠다.
필자가 담훈을 일으키는 음식 중 일상생활에서 항상 환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것이 바로 밀가루 음식이다. 근래 쌀의 소비량이 줄고 밀의 소비량은 늘면서 주식으로 밀가루 음식을 먹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밀가루에는 반죽을 쫄깃하게 만들고 특유의 좋은 식감을 내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이 들어 있다. 하지만 글루텐은 소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이 글루텐의 해로움이 많이 알려져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은 글루텐 프리(free) 밀가루도 나와 있다. 시중에 많이 알려진 글루텐의 해로움은 소화장애나 알레르기, 아토피와 같은 피부 질환과의 관련성이지만 필자가 임상에서 느낀 것은 어지러움증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여, 어지러움증 환자들이 내원해 담훈이라고 진단되면 음식에 대해 묻고, 일단 밀가루 음식부터 줄이거나 끊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환자들 중에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당장 중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밀가루 음식을 먹되 주식으로 하지 말고, 따뜻한 상태에서 먹고 최대한 천천히 오래 씹어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여기에는 쌀을 주식으로 할 때의 이로움을 잘 표현해주는 선조의 지혜가 녹아 있다. 특히 담훈 환자들은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대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