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우리 선조와 매우 다른 식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가 냉장고다. 그렇지만 냉장고는 찬 음식을 선호하게 만들었다. 찬 음식을 많이 섭취할수록 소화 기능이 떨어져 나중에는 차갑지 않은 음식의 소화에도 부담을 느끼게 된다. 어르신들은 조금만 찬 음식을 섭취해도 쉽게 설사가 나고 몸 전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서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샐러드나 과일 냉커피 등을 선호하는 젊은 여성들은 복부가 차갑고 기운이 떨어져 쉽게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한약을 복용할 때나 침 뜸 등 시술을 받을 땐 날 것과 생것을 먹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찬 음식이 치료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부의 찬 기운과 내부의 찬 기운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념인 상한음증(傷寒陰證)을 치료하기 위해선 인삼양위탕(人蔘養胃湯)이나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등의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인삼양위탕의 처방적응증을 보면 '겉으로는 풍한(風寒)에 상하고 속으로는 날 것과 찬 음식에 의해 오한(惡寒)과 함께 열이 나며 머리가 아프고 몸이 아픈 것을 치료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현대적으로 적용시켜 보면 아주 센 에어컨이 켜져 있는 실내에서 반소매 셔츠를 입고 냉커피나 맥주를 마시다가 감기에 걸려 오한과 설사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우리 인체의 정상체온은 36.5도에서 37도 사이이다. 냉장되지 않고 상온에 두고 먹는 음식의 온도조차도 우리 몸의 체온보다도 낮다. 하물며 냉장 또는 냉동된 음식과 우리 몸의 체온과의 차이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냉장고에서 곧바로 음료를 꺼내 마실 때 가슴과 위장이 매우 차가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습관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의 소화기관은 점점 기능이 저하되고 면역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에 잘 걸릴 뿐 아니라 치료하더라도 쉽게 낫지도 않는다.
필자는 시간이 날 때면 외래환자들에게 음식을 되도록 차게 먹지 않는 생활습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냉장고의 음료라도 바로 마시지 말고 단 30분이라도 상온에 둔 후 마시라고 강조한다. 이 상태의 음료는 그래도 소화기관에 덜 해롭게 된다.
과일이나 샐러드는 가급적 주식으로 먹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는 최근 아침식사 대용으로 이렇게 즐겨 먹는 젊은이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스크림이나 빙수, 냉커피 등은 가능한 한 적게 마시고 찬바람이나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는 마시지 말 것을 부탁한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매우 찬 음식에 약하다. 이로 인해 소화 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조금이라도 '덜 차게' 먹는 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대한방병원 안이비인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