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약은 순하니까 많이 먹어도 된다?
"약사 선생! 나 이 약을 계속 먹는데도 속이 안 편해지노? 요즘은 손발에 힘이 빠져서 걷기도 힘들다. 죽을 때가 됐나 봐."
힘없이 말씀하는 어르신의 표정이 안타까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혼자 사는 어르신이 식사 챙기기도 힘들고 밥맛도 없고 해서 국수를 사 먹거나 빵과 우유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했다. 소화가 안 되고 속도 쓰리고 해서 늘 위장약을 먹는데도 여전히 밥맛은 없고 최근에는 팔이 떨리고 다리에 힘도 없어져 사는 낙이 없다고 했다.
밀가루 음식이나 맵고 짠 음식의 잦은 섭취, 커피 술 흡연이나 불규칙한 식습관, 과식은 만성 소화불량과 위염 증상을 가져온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위장약(위산 분비를 줄이는 약)을 먹거나 제산제(위산을 중화하는 약)를 수시로 복용하거나 소화제 등의 위장약을 자주 먹는다. 흔히 위장약이나 소화제는 진통제와 달리 순하고 부작용이 없으니 자주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소화제나 위장약을 습관처럼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체내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게 되는 것을 '드럭 머거(drug mugger)'라고 말한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이나 제산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위산이 부족해지고 산성 환경에서 흡수되는 철분과 칼슘 등 미네랄과 비타민 B12를 포함한 각종 비타민이 부족해 만성적인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위장약을 자주 먹는 습관은 골다공증, 골연화증, 빈혈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세균성 장염처럼 감염 질환의 위험도 커진다.
위장약이나 소화제 중에는 교감신경을 차단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는 약이 있는데 이런 작용이 뇌에 영향을 미쳐 호르몬 작용을 교란해 생리 불순과 유즙 분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신경에 작용해 마치 파킨슨 질환처럼 손이 떨리고 근육이 마비돼 걷기가 불편해지고 음식을 흘리거나 말투가 어눌해지는 증상을 겪게 된다. 위장약으로 유발된 파킨슨병 비슷한 증상 탓에 파킨슨 약과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아 먹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위장약만 끊으면 거의 없어질 수 있는 증상인데….
단골 약국을 정해 본인의 투약 약물을 모두 약사가 알 수 있다면 이런 약물 상호 간의 부작용을 충분히 막을 수도 있다. 위장관계 약 대부분은 다른 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약이므로 오·남용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약을 먹는 것보다 생활습관, 식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스스로 병을 진단하고 약을 사 먹는 것보다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여러 곳에서 처방받은 약에 관해 약사에게 문의한 뒤 복용하는 것이 부작용도 줄이고 이차적인 과잉 약물 복용을 막아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해동온누리약국 약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