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비상 약을 사서 보관하는 곳이 있다. 평소에는 무관심하다가 몸이 아프면 제일 먼저 그곳을 열어보게 된다. 그곳에는 오래 전에 사두어서 유효 기간이 지난 알약과 연고 등이 보인다. 그리고 이 약을 먹어도 괜찮을까? 괜찮겠지? 혼자서 묻고 답하는 상황을 한 번씩은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약사님 오전에 받아간 약이 다 녹았어요.”
오전에 산부인과에서 염증치료용 좌약을 받아 가신 환자분이 전화를 했다. 오늘 기온이 높기는 했으나 좌약이 녹을 정도의 고온은 아니었다. 다시 약을 받은 후 집에 가기까지의 과정을 물어보니 받은 약을 차안에 두고 볼일을 보고 갔다고 한다. 여름철에 차안에 넣어 둔 사물은 뜨거운 햇볕과 함께 밀폐된 공간에서 열 순환이 되지 않아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된다. 하물며 체온에서 녹도록 만들어진 좌약이 녹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어르신은 많은 약을 복용하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 어르신은 약을 받으시면 무조건 냉장고에 보관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 약도 음식처럼 냉장고에 보관하시면 좀 더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서 그러지 싶다.
의약품 대부분이 화학합성품으로 구성돼 있어 습기와 직사광선에 약하다. 그래서 장마철과 여름철에 약 보관에 따른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요즘 약 보관과 폐기에 대한 상식을 바르게 알고 보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약은 냉장하지 않은 1도~30도의 상온에서 습도가 적고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약국에서 약을 냉장보관하지 않는 원리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 예외로 일부 항생제 시럽이나 유산균제제 등 냉장을 요하는 특별한 약이 있다. 이때는 냉장 보관하도록 따로 약국에서 일러준다. 집에서 약을 보관할 때는 햇빛이 닿지 않으며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유효 기간이 지났거나 처방 일수가 지난 약은 바로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 개봉한 안약은 1개월 이내로, 사용한 연고는 6개월까지 사용하도록 하고, 개봉한 식염수는 냉장보관해 1주 이내에 사용한 뒤 폐기해야 한다. 약을 폐기할 때는 쓰레기통이나 싱크대, 변기 등에 버리지 말고 근처 약국의 의약품 폐기함에 넣어 폐기해야 한다. 이는 환경 오염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한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약 상자를 정리하는 날을 정해 내 몸 건강을 위한 약으로부터 피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현명하다.
큰사랑약국 약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