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 최대한 오그려 모으고
- 엄지는 가운데 손가락에 붙여
- 몸을 똑바로 선 상태서 팔 뻗어
- 어깨가 앞으로 딸려 가선 안돼
- 주먹 세워 팔꿈치만 움직여 타격
- 파괴력 있을까 의구심 들었지만
- 목인장서 ‘수법’ 단련해 보니
- 손목·팔 옆 부분 마디마디 얼얼
운동방랑기가 거듭될수록 다음에는 어떤 운동을 선정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졌다. 옆 부서 후배가 “선배, 영춘권 함 안 해보실랍니까. 진짜 재밌다니까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기자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후배는 “정말 재미있는데 요즘 바빠서 못하게 돼 너무 아쉽다”면서 “여성이 만든 무술이 영춘권이라 선배 기사 취지에 딱 맞다”고 목소리를 높여갔다. 귀가 습자지 만큼이나 얇은 기자가 몸이 쏠리며 이야기에 집중하는 듯해 보이자 후배는 결정타를 날렸다. “선배, 영춘권이 그림이 된다니까요. 이소룡 알죠? 영화에서 목인장 놓고 ‘파파박’ 하면서 수련하는 거 알죠?”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고 부산 수영구 현진중국무술관(051-751-1398)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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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인(오른쪽) 사범이 충권으로 공격 자세를 취하자 기자가 손바닥으로 최 사범의 손목을 막아 정지시키는 수법인 박수를 배우고 있다. 이 때도 가슴의 급소를 보호하는 호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조현진 관장은 영춘권의 기본자세부터 가르쳐 줬다. 영춘권은 똑바로 선 상태에서 내 몸의 중심선 쪽으로 손을 뻗는 것이 기본이다. 주먹으로 상대를 가격할 때 어깨가 앞으로 같이 딸려 나가지 않는다. 상체는 꼿꼿하게 고정한 상태로 주먹만 뻗는다. 주먹은 손가락 끝이 손바닥에서 손가락이 시작되는 부분에 닿게 한 마디씩 접어서 만든다. 네 손가락을 그렇게 접고 난 뒤 엄지는 바깥으로 접어서 가운뎃손가락까지 오게 붙인다. 상대를 때리는 주먹의 단면이 평평해지게 쥐었다면 제대로 된 자세다. 네 손가락이 나란하게 붙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먹을 쥐고 상대를 때린다고 생각하면 보통은 손등이 천장을 향하고 팔꿈치가 옆으로 열리게 된다. 영춘권은 주먹을 눕히지 않고 세우는 입권 자세를 취한다. 굽혀서 붙인 엄지손가락이 천장을 향하게 주먹을 세워서 명치 앞으로 뻗는다. 이때 팔을 완전히 다 펴면 안 되고 팔꿈치가 아래로 약간만 처진 상태여야 한다. 조 관장은 “주먹을 세운 상태로 겨드랑이는 붙어 있어야 한다. 팔을 쭉 뻗었다가 살짝 힘을 푼다고 생각해 팔꿈치를 약간 아래로 떨어뜨린 자세가 정확한 충권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소심하게 뻗는 주먹이 과연 파괴력이 있을까에 대해 의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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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인장과 수련자와의 거리는 손바닥을 펴서 쭉 뻗었을 때 손바닥과 목인장의 얼굴에 해당하는 부위가 맞닿을 정도면 된다. 조현진 관장이 목인장으로 수련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
조 관장은 기자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같은 힘이지만 충권의 자세에서 버티는 힘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기자에게 주먹을 쥐고 팔을 완전히 뻗어보도록 주문했다. 그러더니 기자가 조 관장의 얼굴 쪽으로 뻗은 주먹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밀기만 했는데 중심을 잃고 뒤로 완전히 밀려 넘어졌다. 이번엔 충권의 자세에서 그가 기자의 주먹을 같은 힘으로 밀었지만 한 발도 뒤로 밀리지 않았고 몸의 중심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조 관장은 “팔꿈치를 완전히 뻗어서 팔에 들어가는 힘과 구부려서 충권의 모습을 취했을 때가 이렇게 다르다”며 체험하게 했다.
상대에게 손목을 잡혔을 때 완력으로 뿌리칠 수 없다면 스스로 손목을 돌려서 빠져나오는 법을 배웠다. 손을 사용하는 법이라는 뜻으로 수법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가장 기본이 되는 5가지 방법을 배웠다. 처음 한 것이 금나라고 불리는 수법이다.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상대의 팔 안쪽으로 손목을 회전해 손바닥이 천장을 보게 하면 자연히 상대의 팔목이 꺾이면서 손이 풀리게 된다. 그때 되레 내가 상대의 손목을 감아쥘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상대를 밀고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거다.
충권으로 상대를 가격했다면 내 몸을 보호할 호수도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호수는 말 그대도 보호하는 손이다. 손바닥을 완전히 펴서 엄지손가락을 한 마디 접어 손 옆에 붙인다. 이 손 하나는 가슴 중앙에 두고 급소를 보호하며 나머지 한 손은 손날을 칼날처럼 생각해 약간 비스듬하게 뉘여 상대의 목 쪽을 향한다. 이 손의 바닥은 천장을 향하게 한다. 영춘권의 수법에선 손목부터 팔꿈치까지를 많이 쓰고 단련한다. 나무로 만든 목인장 앞에 서서 수법을 익히게 한다. 사람의 모습을 본뜬 목인장은 앞에 똑바로 서서 내가 팔을 뻗어 손바닥이 목인장의 얼굴에 해당하는 쪽에 닿으면 올바른 위치다. 팔을 나타내는 가지가 몸통에 꽂혀 있는데 여기를 안쪽, 바깥쪽으로 치면서 수법을 익힌다. 정해진 순서대로 목인장을 손목과 팔 옆부분으로 치면서 따라 하다 보니 팔이 얼얼했다.
조 관장은 “영춘권의 수법은 아주 빠르고 효율적이다. 상대가 나를 공격할 때 손으로 막는 봉수, 상대의 손목을 손바닥으로 막는 박수, 상대의 손을 제압한 상태로 옆 얼굴을 주먹 쥔 내 손등을 이용해 치는 편권, 내 얼굴로 향하는 손을 낚아채서 공격을 무력화하는 질수 등 간결하지만 위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손과 팔을 이용하는 기본기를 연마했는데 돌아가는 길에 다리가 무거웠다. 익숙지 않은 자세와 순서를 익히느라 온몸이 긴장한 탓이었다. 수법의 순서를 헷갈려 버벅대는 모습이 대부분이었지만 집중할 수 있어 즐거웠다. 다음 수업 때는 자연스럽고 빠르게 연결되기를 바라며 욕실 거울 앞에서 순서를 곱씹었다. 소개해 준 후배가 거짓말한 건 아니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 여성이 창시한 무술…힘 센 상대도 손쉽게 제압
■ 영춘권 기원 및 수련 특징
- 복장 간편… 100일이면 기본 습득
중국 양쯔강 이남의 다양한 무술의 장점을 모은 것을 남권이라고 한다. 남권을 큰 나무 둥치라고 생각하면 영춘권은 그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다. 영춘권은 이소룡의 스승인 엽문이 수련한 무술로 잘 알려졌다. 국내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도 ‘엽문’이라는 영화가 계기가 됐다. 이소룡의 절권도가 영춘권의 장점을 취한 것은 잘 알려졌다. 영춘권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지만 남권의 한 갈래인 우슈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운용되고 있다.
영춘권은 여성이 창시한 무술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물리적인 힘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 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예를 들면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힘도 센 상대를 공격하는 포인트를 달리해 제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주먹으로 때리려고 하면 그 주먹을 옆으로 비켜나게 쳐 내거나 잡아서 반격한다. 근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영춘권을 배울 때 복장은 크게 상관이 없다. 수련생들은 보통 상·하의 운동복을 입는다. 신발은 실내화처럼 보이는 바닥이 얇은 신발을 신는데 운동화면 충분하다. 100일 정도면 영춘권의 기본을 익힐 수 있다. 영춘권의 인사는 오른손은 주먹을 쥐고 왼손은 펴서 손바닥에 주먹을 붙여서 한다. 머리는 숙이지 않는 포권례로 운동 시작과 끝에 한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