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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자의 운동방랑기 <18> 영춘권(하)

꽉 잡은 봉, 마치 늘어난 내 팔인양 뻗고 찌르고 방어까지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7-11-07 18:49:35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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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가늘어지는 백낙곤
- 왼쪽 손등 위로 향하도록 쥐고
- 주먹 뻗듯이 원거리서 공격
- 바른 자세여야 봉 끝 안흔들려

- 양팔 벌리고 발 차면서 걷기 등
- 근력 키우는 발차기만 20여 종
- 석달 익히면 공수 조합 가능

영춘권을 배우러 다니면서 거울 앞에 선 모습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 이전에는 화장이 번지지 않았나, 옷은 바로 돼 있나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깨는 양쪽이 평행하게 내려갔는지, 양발로 제대로 디디고 섰는지를 살피게 됐다. 영춘권의 기본인 충권이나 다른 수법을 배울 때 똑바로 선 상태로 내 몸의 중심선을 살피며 거기에 맞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 수영구 현진중국무술관(051-751-1398)으로 들어서자 조현진 관장이 수업 계획을 알려줬다. 조 관장은 “영춘권은 손과 발을 사용하는 것 외에 봉, 검 등의 무기를 쓰는 법도 포함돼 있다. 봉은 무기 자체가 무겁지 않아 여성이 다루기 편하며 파괴력이 있어 선호하는 무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조현진 관장이 백낙곤을 쥐고 상대의 목을 노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왼손은 옆구리에 가져다 대고 봉 끝을 앞으로 뻗으며 시선을 고정한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여러 무기 중 백낙곤이라 불리는 봉으로 자세를 연마했다. 이 봉은 앞과 뒤의 굵기가 다르다. 앞쪽으로 올수록 가늘어진다. 공격하고 방어하는 데 모두 사용한다. 조 관장은 “봉을 팔과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마치 내 팔이 늘어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우선은 봉을 잡는 자세부터 익혔다. 왼손 손등은 천장을 향하도록 해 손바닥 가운데에 백낙곤의 가장 두꺼운 끝이 오게 해서 감싸 쥔다. 오른손으로는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해 봉의 가운데를 쥔다. 충권처럼 주먹을 뻗는 것을 곤을 쥐고 연습하게 되는 거다.

영춘권의 발차기는 발끝을 자신의 몸쪽으로 당기며 차올리므로 허벅지 뒤쪽까지 운동이 된다.
곤은 지면과 평행하게 해서 왼손은 옆구리에 둔 상태가 기본이다. 여기서 눈앞에 서 있는 상대의 목 쪽으로 곤의 끝을 향하게 뻗는다. 왼손은 왼쪽 옆구리에 붙인 상태 그대로 유지하며 오른손만 옆구리에서 상대의 목 쪽으로 뻗어준다. 곤을 쥐고 있지 않다면 주먹을 세운 입권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충권과 같은 자세다. 그 대신에 팔이 길게 늘어난 듯 곤의 끝이 상대에게 더 가까워지니 원거리에서도 공격할 수 있다. 곤을 옆으로 찌를 때는 찌르는 방향으로 허리를 약간 틀면서 목표 지점으로 곤을 뻗는다. 곤은 그다지 무겁지 않았지만 곤을 쥐는 데 신경이 온통 쓰여 바른 자세가 유지되는지를 살피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자세를 거듭하면서 봉 끝이 흔들거리는 것이 덜해졌다.

백낙곤으로 봉술의 기본자세를 익히는 동안 조 관장이 기자가 곤을 쥔 자세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는 “영춘권에서 아주 중요한 자세 중 하나가 어깨를 내리는 침견이다.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어깨를 가라앉힌다는 말이다. 어깨에 힘을 빼야 팔에 제대로 힘이 들어간다”고 조언했다.

조 관장의 설명을 듣다 보니 여러 운동을 배우면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복싱에서, 피트니스에서, 발레를 취재하는 동안 똑바로 서 있을 때 어깨를 내리라는 이야기가 계속 반복됐다. 처음엔 어깨를 내린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팔을 들면 어깨가 딸려 올라가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어깨를 내리는 동작을 몸으로 이해하려면 양손을 각각 모아 쥐고 양손 끝을 어깨의 가장 끝부분에 살짝 올린다. 그러면 자연히 팔꿈치가 바깥으로 가게 된다. 양어깨 위에 올린 손이 떨어지지 않게 하면서 팔을 원 모양으로 돌리며 숨을 내뱉으면 어깨가 자연히 내려간다. 이 상태를 기억해야 팔을 움직일 때 어깨가 딸려 올라가지 않는다.

발차기 전 후로 고관절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통을 줄일 수 있다.
목인장으로 팔을 단련하고 나서 공격을 가장 쉽게 이어가는 수법인 봉샤오를 배웠다. 팔이 태극 문양 속의 곡선을 그리듯 자세를 잡는다. 팔꿈치를 몸 바깥으로 해 팔을 들어 올리고 팔꿈치부터 손끝까지 파도 같은 곡선을 그리도록 한다. 손바닥도 바깥을 향하게 손목을 꺾되 손목보다 팔꿈치는 아래로 내려야 한다. 팔꿈치를 내리는 것도 영춘권의 특징이다. 추주라고 부르는데 충권에서도 팔꿈치를 떨어뜨려 팔에 더 힘을 싣고 몸의 중심을 지킨다. 이 수법은 상대의 공격하는 팔을 쳐 내거나 잡거나 하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주먹을 쥐고 얼굴 옆쪽을 치는 공격 태세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수업 중에는 발차기를 통해 다리 근력도 키울 수 있다. 영춘권의 발차기는 발끝을 내 몸으로 향하게 한 상태로 세게 차올린다. 발목을 내 몸쪽으로 꺾은 상태이므로 허벅지 뒤쪽의 햄스트링이 자극되는 게 바로 느껴진다. 같이 수업을 듣는 우슈 선수는 발이 자신의 이마를 칠 정도로 가깝게 올라왔다. 조금 과장하자면 무릎이 가슴에 순간 닿았다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착착 올라왔다. 기자는 최대한 뻗었지만 욕심이 과했다간 뒤로 나자빠질 수 있어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다.

목인장은 성인과 비슷한 키와 몸무게로 만들어진 나무로,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수법을 연마하는 데 효과적이다.
양팔을 옆으로 벌린 상태로 발차기를 하면서 한 발씩 걸어 나가야 하는데 두세 번은 할 만하다. 조 관장은 “가볍게 한 바퀴를 돌면 몸이 금방 풀린다”고 독려했지만 다섯 걸음 이상이 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어 차올린 발의 발등을 손바닥으로 ‘탁’ 치면서 발차기를 진행했다. 고수들의 발차기는 발등과 손바닥이 만나 경쾌한 ‘팡’ 소리를 냈지만 기자는 ‘퍽’ 소리가 나거나 발등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픽 소리가 나기 일쑤였다. 한 다리에 여덟 번이 기본으로 발차기 종류만 20여 가지다.

기자는 한 달간 배웠지만 기본을 익히려면 100일, 즉 석 달 정도는 수련해야 한다. 조 관장은 “다양한 수 계산을 위해 구구단을 외워두면 어디든 적용할 수 있듯, 영춘권은 기본 수법을 익혀두면 공격과 수비 모두에 녹여낼 수 있어 배우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운동이 되면서 필요할 때 나를 지킬 방법을 배우니 계속해 볼까 하는 매력이 있어 추천할 만하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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