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펫 칼럼] 길냥이 보살피기는 내 마음을 비춰보는 ‘거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22 18:50:17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보수동 책방골목에 세 들어 ‘낭독서점詩집’ 문을 연 지 3년 3개월이 되었다. ‘시집 도서관’과 ‘그림책 인생학교’, ‘시인의 식탁’ 상설 프로그램으로는 책방 방문객과 만나고, ‘느린서점 여행학교’, ‘이유 있는 낭독 배달’과 문학기행을 진행하느라 문 닫은 날도 많은 우리 책방. 책방 문은 닫혔는데 불은 왜 켜놨나, 의아해 하는 분이 많다. 이유는 단 하나. 주인장이 집을 비웠어도, 서점에는 고양이 식구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냥이 가족은 여섯. ‘캣맘’ 친구, 은사님 주선으로 입양한 미르, 하늘. 그리고, 책방골목에서 새로 만난 ‘낭독, 서점, 시집, 공유’. 이들의 공통점은 100일 남짓한, 병든, 꼬리 기형의, 어미가 눈앞에서 버리고 간, 아기 고양이.

회갈색 줄무늬 ‘낭독’은 한겨울 책방골목 서점 지붕 위에 있던 어미에게 가고 싶어도 다리를 다쳐, 의자 높이만큼도 뛰지 못했다. 얼마나 울었던지 목이 쉬어 ‘낭독’이라 불렀다. 다 낫고 난 녀석의 “미야옹~”소리는 가히 아름다웠다. 쫓겨 다닌 경험 때문에 아직도 사람을 피한다.

봄 어느 날, 눈병으로 고름이 차서 앞을 못보고, 책방골목 구제옷집 ‘보물상점’ 문 앞에서 ‘삼성서점’평상 밑까지 온몸을 부딪히고 다닌 흰둥이 ‘서점’. 각막이 녹아 실명될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완치됐다. 이틀 밤새 2시간마다 안약 넣어주고, 고름을 닦고, 수업 때는 겉옷 주머니에 넣고 같이 다녔다. 눈떠서 처음 본 게 내 얼굴이라, 사람을 오래 응시하는 습관을 가진 책방의 ‘영업부장’ 되시겠다.

한여름, 탈진 후 폐렴 앓던 삼색이 ‘시집’이는 책방 앞 ‘학문서점’ 전봇대에서 발견됐다. 어릴 때 폐렴수술 후 가족이 해체된 적 있던 내 경험이 떠올라 ‘시집’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너무 작아 석션 튜브가 들어가지 않아 의사도 포기한 상황. 나는 입으로 코 속의 고름을 한참 빨아냈다. 사흘 간 기도가 막혀 먹이자마자 토하고 입으로만 숨 쉬던 녀석이 뜨거운 콧김을 내뿜었다. 호흡곤란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룩이는 장애를 가졌지만 제 마음껏 뛰고 기분을 표현하는 데 선수다.

마지막 입양한 ‘공유’는 책방 현관 앞에서, 문틈으로 새나가는 온기를 코로 맡으며 어미 ‘투스’와 함께 지난해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었다. ‘스티로폼 집’에, 패트병에 온수를 넣어 압박붕대로 감싸 넣어주니, 구내염 침에 콧물까지 줄줄 흘리던 새끼고양이가 그 안에 들어가 패트병을 안고 잠든 게 아닌가. ‘집’ 통째로 어미와 새끼를 책방으로 들였다.

어미 ‘투스’는 길에서 얻은 병이 깊어 별이 되고, 볕 좋은 날 양산 화장장에서 가벼운 몸이 되어 책방 서가에 놓여 ‘공유’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나마 건강한 다른 새끼들이 길 위에서 살아가는 데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병든 제 새끼 하나를 버릴 수밖에 없었을 어미고양이와, 죽을 때까지 새끼를 돌보던 어미 ‘투스’의 마음을 짚어본다.

‘서점이’와 ‘미르’는 중구노인복지관 길목에서 어르신들의 이쁨과 인사말을 하루에도 오십 번은 넘게 받는다. 방송 출연에 이어, 우리 책방에서 서점이가 만난 유명 작가의 이름만도 ‘정호승, 강은교, 김영하, 김탁환, 이영미, 천우연’…. 누구까지일지 기대될 정도다. 살아난다면 제 스토리를 풀어내며 살아가는 목숨이여. 한 생을 열어주는 사람의 손길이여.

마침 보수동 ‘보물상점’ 유기견 ‘꼬맹이’를 입양하러 서울 ‘김작가’님이 부산으로, 통영 ‘삐삐책방’ 새끼고양이 ‘사랑이’를 입양하러 부산 ‘이작가’님이 통영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나보니 나는 길고양이를 살피고 다닌 것이 아니라 잃어버릴 수 있는 나, 내 마음을 만난 것이었다. 두 ‘작가’도 같은 마음이리라. 찬 겨울, 외로이 홀로 있는 우리 곁의 ‘지구별 이웃’에게 따뜻한 곁이 되어주는 일이 다시 필요한 겨울이다. 

 이민아 시인·낭독서점詩집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7. 7‘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8. 8[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9. 9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10. 10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6. 6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7. 7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8. 8‘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9. 9장동혁 “李 대통령, 대북 송금 이상의 뭔가 있나".. 北에는 분노조절 '잘해'
  10. 10젤렌스키 또 북한·한국 언급, 러, 北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도 공유한 듯"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3. 3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6. 6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9. 9‘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0. 10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6. 6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9. 9[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