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무료진료 등 공공병원 기능
- 6·25 때 모금으로 확장 이전
- 기금 활용 저소득층 지원하고
- 외국인 무료 예방접종 계획도
- 1990년 신장이식 수술 첫 도입
- 혈액형부적합 74건 100% 생존
- 국내 최초 신경과 40년 노하우
“가난한 사람을 위한 무료진료소로 출발한 메리놀병원이 내년이면 벌써 설립 70년을 맞습니다. 무엇보다 병원의 기본 사명인 ‘복음적 사랑의 실천’을 다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 |  |
| 메리놀병원 황선출 신임 병원장이 병원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으며 ‘복음적 사랑의 실천’이라는 새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
지난달 4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 메리놀병원 황선출 신임 병원장은 ‘출발 정신’부터 되새겼다. 메리놀병원은 메리놀수녀회에 의해 1950년 4월 15일 가난한 병자를 위한 무료진료소로 문을 열었다. 당시 부산시립병원(부산대병원·부산의료원의 전신)과 함께 공공병원으로서 기능을 했던 메리놀병원은 설립 두 달여 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밀려드는 피란민 전쟁고아 등으로 의료수요가 급증했지만 재정은 턱없이 부족했다. 보다 못한 부산미군사령관이었던 리차드 위트컴 장군과 미군 장병이 팔을 걷고 나섰다. 미군 장병 월급의 1%를 메리놀병원 신축에 기부하게 했으며, 부산 시내를 돌아다니며 모금 운동까지 벌인 것이다. 그렇게 병원은 지금 위치인 부산가톨릭센터 건물에 세워졌고, 현재 운영은 천주교 부산교구가 맡고 있다.
황 병원장은 이러한 병원의 태생과 역사성에 집중했다. 그는 “그래서 우리 병원은 단순히 환자의 육체적 고통만 치료하는 의료시설이 아닌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한 치유를 보장하는 곳이 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임 병원장으로서의 새 비전도 ‘Alter Christus(또 다른 그리스도)’로 잡았다. “내가 만나는 환자 한 명 한 명이 또 하나의 그리스도(구원자이자 치유자)일 수 있으니 그들 모두에게 더욱 정성을 다하자고 늘 직원에게 강조한다”는 설명이다. 병원 내 ‘착한 사마리아인 기금’을 활용, 사회사업(복지)으로도 연계가 되지 않는 저소득층 환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하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에게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등 더 낮은 곳에서 출발 정신을 다질 계획이다.
| |  |
| 메리놀병원의 강점인 신장이식팀이 수술을 하고 있다. 메리놀병원 제공 |
의료기술적 강점은 더 살려나갈 방침이다. 메리놀병원은 1990년 신장이식 수술을 도입했다. 지금은 일반화된 신장이식 수술의 개척자였던 셈이다. 특히 고난도인 혈액형부적합 신장이식은 2007년 국내 최초로 시행했고, 2016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RH양성 A형에서 RH음성 O형으로 신장이식에 성공했다. 황 병원장은 “지난해까지 700례를 성공했고, 혈액형부적합 신장이식은 지난해까지 총 74건인데 어려운 수술임에도 이식신장 환자 생존율이 10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보였다”며 “신장이식 부문은 국내 메이저 병원 못지 않는 경쟁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 관련 의료수요 급증으로 요즘 뜨는 분야인 신경과도 메리놀병원이 ‘원조’다. 메리놀병원은 1971년 당시 김상욱 박사가 국내 처음으로 신경과를 개설해 진료와 후학 양성에 앞장섰다. 황 병원장도 신경과 전문의다. 40년간 다져온 의료적 경험을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원도심 내 위치한 병원의 지리적 여건과 결합해 치매 관련 사업에도 선도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그는 “1962년 국내 최초 현대식 의무기록 관리기법 도입, 1978년 부산 첫 CT 도입, 1983년 부산 첫 안은행 개설 등 메리놀병원은 유독 최초 타이틀이 많다. 긴 역사에 부끄럽지 않는, 지역민에게 공헌하는 거점병원으로서 다음 70년을 준비하도록 전 직원과 동문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 메리놀병원은
- 응급실 내 환자 격리실 운영
- 메르스도 안전한 치료 가능
69년 역사의 메리놀병원은 27개 진료과에 전문의 65명 등 700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부산의 대표 의료기관 중 하나다.
소화기센터 심혈관센터 신장이식센터 뇌·척추·관절센터 내분비센터 호흡기센터 통원수술센터 망막·녹내장센터 재활치료센터 등 총 9개의 센터 및 특수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의료진은 전문성과 오랜 경험을 겸비했다. 일례로 세계적인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신경외과 이명기 과장, 신장내과 이동렬 과장, 안과 김상수 과장이 등재됐다.
메리놀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한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 폐렴, 유·소아 급성중이염 항생제, 의료급여 정신과 등 분야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으며, 대장암 적정성 평가는 5년 연속 1등급을 받아 수술과 시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입증됐다.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호흡기바이러스 확산에 대비해 응급실에서 환자 분류실과 격리실을 운영, 메르스 에볼라 등 감염병 의심환자도 안전하게 치료받는 환경을 갖췄다. 병원 측은 “2017년에는 환경부와 ‘환경경영 확산’을 협약해 친환경 의료공간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