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사냥이나 낚시를 하지 않았던 대통령이 있다.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인간의 권리만큼 동물의 권리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모든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가슴에 전해오는 울림이 사뭇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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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거돈 부산시장이 입양한 유기견 ‘핫’을 돌보고 있다. 부산시 제공 |
핫과 루비와 함께 산지 7개월째에 접어든다. 핫과 루비는 남매다.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태어났다. 아이들의 어미는 버려진 반려견이었다. 길거리를 헤매다 교통사고를 당한 채 발견됐다. 안락사 직전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건강하게 태어났다.
그렇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누군가 보호자가 되어 주지 않으면 이 아이들의 생명은….
지난해 9월께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국민배우 김수미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핫과 루비의 ‘기적 같은 탄생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맡아줄 수 없겠느냐 했다. 김수미 씨는 모 방송국 유기견 입양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었다. 어릴 때 집에서 개를 키웠기 때문에 나는 개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선뜻 나서지를 못했다. 바쁜 일정에 과연 잘 돌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오랜 아파트 생활로 반려동물을 가까이 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입양 전에 전문가 테스트를 받았다. 새 주인이 과연 잘 키울 수 있을지 입양 환경, 친화도 테스트 등 꼼꼼한 진단과정을 거친다. ‘내 동물을 위해 공부할 각오가 되어 있나요? 강아지가 아플 때 언제든지 병원에 데려갈 수 있나요? 결혼 임신 유학 이사 등으로 가정환경이 바뀌어도 한번 인연을 맺은 동물은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피겠다는 결심이 섰나요?’ 등 20개 항목에 달하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다 보면 입양이 누군가의 새로운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입양신청서에 서명을 하고, 시민 모두에게 개방된 시장관사 앞마당에서 뛰노는 핫과 루비를 보니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너무 해맑고 사랑스러웠다.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부산 시민에게도 두 배의 사랑과 행복을 줄 것 같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로 인해 개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익숙해지고 있다. 반면에 동물 ‘유기’ ‘학대’ 같은 사회적 문제도 끊이질 않아 그림자 또한 짙다.
부산시에는 한해 7000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발생한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 입양되는 비율은 고작 15%에 불과하다. 구포가축시장은 동물학대의 상징적 장소라는 오명을 받았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이런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다행히 부산지역 5대 종단(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지도자 신년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선언과 함께 ‘구포가축시장을 사람과 동물이 상생하는 장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제는 사람만 아니라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상생 공존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안락사 대신 입양되는 반려동물이 늘기를 바란다.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핫과 루비는 요즘 ‘부산시 공식 댕댕이’라는 애칭이 생겼다. 많은 어린이와 시민이 찾아와 같이 사진을 찍거나 놀아주신다.
오거돈 부산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