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업체서 활동가 접근 차단
- 재개발 130여 곳서 서식 위협
- 동물보호법 적용 여부 격론
- 서울은 조례로 개체·중성화 관리
- 부산시도 조례 보완·강화해
- 공사관계자가 생존 돕도록 해야
- 급식소·임시 쉼터 마련도 절실
재개발로 인간만 삶터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낡은 집이 철거되고 번쩍번쩍한 아파트를 짓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면 길고양이도 갈 곳이 없어진다. 당장 먹을 게 사라져 재개발은 길고양이에겐 생명의 문제와 직결된다. 인간과 동물의 공생 차원에서 되짚어봐야할 문제다. 마침 재개발로 인한 길고양이 생존권 문제를 토론하는 간담회가 지난 6일 부산시의회 회의실에 열렸다.
부산시의회 해양교통위원회(동물보호 담당 상임위) 남언욱 위원장이 주최한 토론회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길고양이생존권연대의 공식 요청으로 마련됐다. 시의원과 부산시 관계자, 부산에서 활동하는 ‘캣맘’ ‘캣대디’ 3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재개발 지역에 서식하는 길고양를 지원할 대책과 이들 보호를 위한 조례 보완 가능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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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로 인한 길고양이 생존권 문제를 토론하기 위한 간담회가 지난 6일 부산시의회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
■길고양이 방치는 동물학대
동물학대방지연합과 길고양이생존권연대는 현재 부산에서만 130여 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길고양이가 강제적으로 서식 장소를 잃고, 목숨까지 위험한 상태에 내몰렸다고 호소했다. 더군다나 재개발 공사 업체가 길고양이 물과 사료 급식을 방해하는 사례까지 빈번하다고 말한다. 조은아 길고양이생존연대 대표는 “부산 해운대구 반여 1-1 재개발 지역에서 공사 초기 및 본격적인 공사를 할 때 급식을 방해했고, 동래구 재개발 지역에서는 접근 자체를 차단시켜 급식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 건설사 측이 급식 방해를 막는 데 항의한 동물활동가의 집에까지 불쑥 찾아오는 등 급식 활동마저 위협당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동물활동가는 재개발로 위기에 처한 길고양이를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 조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공사장 격벽으로 길고양이가 고립·차단당하면서 급식조차 못 받는 피해를 입고 있다. 이는 동물보호법 8조(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규정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동물학대 여부를 두고서는 설전이 이어졌다. 부산시 정삼룡 농축산유통과장은 “현행 동물보호법상 유실·유기동물에 길고양이는 해당되지 않아 급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동물학대로 보기에는 논란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애라 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금지 조항은 종을 구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적용해야 해 넓게 보면 학대가 맞다”고 반박했다.
■급식소 확대·임시 쉼터 마련 필요
동물활동가는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학대를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조례 보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동물보호 조례를 만들어 길고양이 개체 수 관리와 중성화를 시행하며, 서울 강동구는 ‘피학대 길고양이’나 ‘임신 중이거나 월령 3개월 미만 길고양이’에 관한 조항을 추가해 더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시 ‘동물보호 및 복지에 관한 조례’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특히 재개발 시행주체인 조합원과 건설사가 길고양이 생존에 협조하도록 조례를 통해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캣대디 최명환 씨는 “고양이는 영역동물 특성상 철거되기 직전까지 살던 공간에서 머물기 때문에 이들을 안전하게 구조·이주시킨 다음 공사를 시작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고양이 안전이 완전히 보장될 때까지 급식하는 캣맘 캣대디 등이 공사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시공사가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급식소 확대와 임시 쉼터 역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는 2016년부터 공원 학교 등 일부 지역에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재개발이라는 특수 지역에 급식소를 추가,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시 쉼터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임시보호시설 지원사업’을 통해 컨테이너 를 마련, 안전한 급식과 쉼터를 제공하는 경기도 수원시 사례는 참고해볼 만하다. 먹거리뿐 아니라 공사장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탓에 건강 문제도 심각한 실정이라고 활동가는 입을 모은다. 석면 같은 유해물질이나 먼지로 길고양이는 구내염 등 질병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어 중성화 수준에 그치는 의료 지원의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다.
시는 앞으로 재개발 지역과 같은 특수한 경우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규정을 조례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물활동가와 건설사가 협의하는 과정을 함께하며, 급식소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