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력 감퇴가 대표 증세지만
- 언어장애·성격변화 겪기도
- 환자 55~70% 알츠하이머병
- 15~20%는 혈관성 치매 앓아
- 개인 병세 따라 맞춤 약물치료
- 책·신문 읽기 등 예방에 도움
A 씨는 최근 어머니(73)가 집중해서 대화를 했는데도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등 자주 깜빡하는 증상이 있어 불안해졌다. 멍하니 계신 모습까지 자주 보여 병원을 찾았더니 치매 초기 진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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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제대 부산백병원 신경과 김상진 교수가 어르신 환자의 인지기능을 체크하고 있다.
부산백병원 제공 |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질환’ 치매. 국제신문과 인제대 부산백병원이 최근 공동으로 개최한 시민건강교실에서 ‘치매의 이해와 치료’ 강연자로 나선 신경과 김상진 정은주 교수는 “뇌 기능 손상으로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치매는 발병 원인과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 근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치매에 대처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가 가장 흔한 유형
치매란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인지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직업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하나의 질병 이름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에서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증상의 묶음 개념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다.
퇴행성 뇌질환을 일컫는 알츠하이머는 전체 치매의 55~7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치매 유형이다. 주로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발병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정도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치매 환자의 15~20% 비중인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이 있거나 흡연 과음을 자주 할 때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이 외 단백질 덩어리 침착으로 인해 생기는 루이체 치매나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전두측두엽 치매, 장기간 지속적인 과음으로 인한 알코올 치매 등이 있다.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지만, 대체로 건망증은 일시적인 망각 증상이라면 치매는 대화를 나누거나 경험한 사실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린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
치매는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기억력 저하가 가장 흔한 첫 증상이나 사람에 따라서는 언어장애 또는 판단력 변화, 성격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말을 하는데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며, 사물이나 사람 이름을 잊어버려 말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자주 다니던 익숙한 거리에서도 길을 잃어 실종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하면 집안에서 방이나 화장실을 찾지 못하는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판단력이나 실행력 장애도 뒤따른다. 판단력이 약해져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해 한꺼번에 많은 돈을 쓰거나 필요 없는 물건을 산다. 운동화 끈을 어떻게 매는지 모르고 어려워하는 등 실행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런 인지능력의 문제와 함께 정신 이상행동도 나타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망상이나 환각·환청이 대표적이다. 우울증은 치매 초기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우울증으로 인해 모든 일에 흥미를 잃거나 의욕이 저하되고, 식욕도 줄며, 잠을 잘 못 잔다. 즐거운 일이나 슬픈 일에 감동을 못 느끼고, 초조해하며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이것저것 뒤지고, 쓸 데없는 폐품을 모아 숨기기도 한다. 심지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며, 때리고 발로 차는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진단과 치료는
의료진은 가장 먼저 환자 보호자와 면담을 통해 병력을 듣고, 신체 질환 및 뇌신경계 질환의 증후가 있는지 진찰한다. 인지기능 검사와 뇌 촬영(CT와 MRI로 뇌 모양을 살펴보고 PET로 뇌 기능 측정), 혈액 엑스레이 심전도 등 진단의학검사를 종합해 최종 진단한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하면 인지기능 개선제(아세틸콜린분해효소억제제와 NMDA 수용체 길항제)를 쓴다. 항산화제나 뇌 대사기능 개선제로 보조하기도 한다. 공격적 행동이나 망상, 초조, 불안, 무기력, 우울 등의 증상을 보일 경우 대체적으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치매는 워낙 증상이나 정도가 다양해 잘 반응하는 약이나 용량이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어 환자에 따라서는 이를 찾는 과정이 더디고 힘들 수 있다고 전문의는 말한다.
치매는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므로, 예방이 우선이다.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이 필요하다. 치매를 유발하는 흡연이나 음주는 금한다. 인지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책이나 신문을 읽고, 글쓰기를 자주 하도록 한다.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등 커뮤니티와의 적극적 소통은 치매를 예방하는 좋은 습관이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도움말=부산백병원 신경과 김상진 정은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