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조카가 “이모, 이거 너무 재밌어요” 하고 휴대폰을 디밀었다. 화면에선 스코티시폴드 종의 고양이들과 한 여성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발톱을 깎는 등의 일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모 동영상 사이트에서 아주 유명한 고양이 계정이라고 한다.
스코티시폴드 종은 특유의 접힌 귀와 귀여운 외모로 인기가 많은 품종이다. 하지만 스코티시폴드의 접힌 귀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연골에 이상이 있어 발생하는 현상으로 스코티시폴드 종의 유전병인 골연골이형성증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연골 형성에 문제가 생겨 점차 다른 부위의 관절에도 문제가 생기는 심각한 질환이다. 부모로부터 귀가 접히는 유전자를 하나만 받아도 유전병의 발병을 막을 수는 없어, 스코티시폴드는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 낸 최악의 품종이라 일컬어진다. 영국에선 스코티시폴드 종의 고양이를 태어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교배를 금지할 정도이다. 조카에게 산에 사는 고양이를 관찰하며 찍은 동영상을 올리는 다른 계정을 알려주며, 더는 그 계정에서 올리는 영상을 보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조카는 꼬질꼬질한 산고양이 어르신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예쁘고 귀여운 것은 상품이 된다. TV나 기타 매체에서 특정 품종의 동물이 등장하고 인기를 끌면 몇 년 뒤 동물보호소에 해당 품종의 동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한때 국내에서도 유명했던 ‘닥터 스쿠르’라는 만화의 주인공인 시베리안 허스키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주택의 평균 면적이 좁은 일본에서 시베리안 허스키는 결코 기르기 쉬운 품종이 아니다. 당연한 결과로 많은 개가 버려졌고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상근이 산체 등 매체에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동물을 인터넷 검색창에 쳐보면 꼭 따라붙은 연관 검색어가 품종 또는 종류다. 매체는 동물과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환상을 보여주고, 대중은 그 환상을 좇는다. 인터넷의 발달로 매체의 종류는 무궁무진해졌다. 개인적으로 올리는 동영상만으로도 월 수천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보니 너도나도 귀여운 동물을 이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앞서 조카가 보던 동영상도 영상물로 이익을 얻는 업체에서 만들어 올린 것이다.
물론 예쁘고 귀여운 것을 제공하고 소비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생명이 있는 동물을 소비재로써 제공할 때 이후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할 윤리적 의무는 있지 않을까. 심각한 유전질환이 있는 품종 고양이의 귀여움을 소비할 때 누군가는 검색창에 스코티시폴드를 검색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동물과 관련한 법이 아직은 미흡한 우리나라에서 스코티시폴드가 유행하는 걸 막을 도리는 없다. 인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스코티시폴드가 태어나고 팔릴 것이다. 그것은 무릎 연골이 굳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방바닥을 기며 비명을 지르는 가여운 고양이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소비에도 윤리가 필요하다. 소비되지 말아야 할 것은 단호히 끊어낼 의지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예쁘고 귀엽다 할지라도. 열한 살 아이도 가능한 그 정도의 윤리 말이다.
신지상 만화가·동물보호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