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성 감염병인 ‘A형 간염’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A형 간염 신고 건수는 359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7명) 대비 237%로 증가했다. 특히 20~40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환자 연령별로 보면 30 40 20 50대 그 외 기타 연령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부산시만 봐도 A형 간염 환자가 크게 늘었다. 부산시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올해 부산지역 A형 간염 신고가 91건(인구 10만 명당 발생률 2.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건)보다 3.8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체내 침투해 간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A형 간염은 1군 감염병으로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된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A형 간염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원인이 크다는 게 의학계의 판단이다. ‘위생의 역설’인 셈이다. 비위생 상태 노출이 많았던 40대 후반 세대는 어린 시절 A형 간염을 앓아 영구적 면역을 대부분 가진다.
반면 20~40대는 경제 발전과 함께 위생 상태도 좋아지면서 어린 시절 A형 간염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 면역 형성 기회가 줄었다. 예방 접종률도 떨어지면서 항체가 없어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큰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1997년에 국내에 A형 간염 백신이 들어왔고, 2012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필수 예방접종을 해 큰 문제가 없다.
어린이는 A형 간염에 걸리면 대부분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20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2개월 이상 입원이나 요양을 해야 하는 심각한 증상 혹은 간부전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나이에 따라 1, 2%의 사망률을 보인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30일 정도의 잠복기 후에 피로감이나 메스꺼움, 구토, 식욕부진, 발열, 우측 상복부의 통증 등 증상이 나타난다. 그 후 일주일 이내에 황달, 검은색의 소변, 탈색된 대변 등 증상과 전신이 가려운 증상도 발현한다.
A형 간염은 치료제가 없어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방을 하려면 손 씻기, 물 끓여 마시기, 음식 익혀 먹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익히지 않은 음식이나 씻지 않은 과일, 오래된 어패류 등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음식은 섭씨 85도 이상에서 1분간 가열하며 어패류는 90도에서 4분간 가열해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 채소와 과일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겨 먹는 게 좋다.
하지만 최선의 예방법은 예방접종이다. 만성 간 질환자 등 고위험군 환자는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백신 접종이 필수다. 전격성 간부전증이 나타나면 간이식을 해야 한다.
30세 이전에는 대개 항체가 없으므로, 항체 검사 여부와 상관없이 6개월 간격으로 2번 접종하는 것이 좋다. 30세 이후면 항체검사 결과가 음성일 때만 예방접종을 시행하면 된다. 곧 휴가철이 다가온다. A형 간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등 국외로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예방접종을 고려하자.
한상영 온종합병원 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