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률 1% … 유전적 소인 커
- 조기 진단·관리하면 치료 가능
- 이상증세 땐 즉시 진단 검사를
- 대부분 전혀 공격적이지 않아
- 병력 등 당당하게 드러내 놓고
- 치료받는 사회분위기 형성 중요
경남 진주 안인득 사건과 부산에서 벌어진 친누나 살해 등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폭력 행위가 잇따르면서 ‘조현병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조현병(Schizophrenia)의 조현(調絃)은 ‘현을 고르다’는 뜻이다. 바이올린 현처럼 연결된 우리 뇌의 신경구조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아 온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비정상적인 사고와 현실에 대한 인지능력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으로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나 행동, 사고장애 등 증상을 보이며 사회적 위축, 감정반응 저하를 동반한다. 수많은 정신질환 중 하나인 조현병에 관한 사회적 공포가 의학적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를 박재홍(동아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부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의 도움말로 살펴봤다.
-조현병 유전적 소인이 크다? ○
조현병 유병률은 1% 수준이다. 100명 중 1명은 조현병을 앓는다. 유전적 소인뿐 아니라 신경 전달 물질의 균형 이상, 비정상적인 신경 증식, 환경적·사회문화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최근 의학의 발달로 타고난 생물학적 취약성이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시 말해 유전적 소인이 있으면 심리적·환경적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해 조현병 발병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조현병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낫는다? △
조현병의 치료 경과는 매우 다양하다. 일부 환자는 완전히 회복하며, 어떤 환자는 좋은 사회적 기능을 보이지만, 또 어떤 환자는 만성적 장애 상태에 머무른다. 당뇨와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병으로, 약물복용을 중단하면 5년 안에 80%가 재발한다. 약물 및 증상 관리를 꾸준히 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조현병은 전문가에 의한 조기 진단과 병의 시기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조현병을 초기에 진단받으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를 놓치면 점점 병을 고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상 증세를 인지하면 미루지 말고 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조현병은 약물치료와 심리·사회적 치료가 필요하다. 망상이나 환청 등 ‘양성증상’에는 약물치료가 상당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조현병의 ‘음성증상’이라고 하는 의욕이 없어지고, 감정표현이나 말이 줄어들고, 사회적 활동 기능이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면 약물치료와 심리·사회적 치료를 함께해야 한다. 심리·사회적 치료로는 가족치료, 인지행동치료, 일상생활 훈련, 사회기술 훈련 등이 있다. 각 구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제공하는 ‘사례관리 서비스’가 유용하다. 정신질환을 관리하면서 일상 및 사회활동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총체적 서비스를 말한다.
-강제 입원은 필수다? ×
모든 조현병 환자가 강제 입원이나 입원 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 상당수는 통원 치료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망상이나 환청으로 자신이나 남을 해칠 가능성이 클 때, 적절한 진단과 평가가 필요한 경우, 약을 먹지 않고 치료를 거부해 증상이 갑자기 나빠졌을 때,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 유지가 어렵다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현병 환자는 모두 위험하고 폭력적이다? ×
조현병 환자 대부분은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무서워하고, 혼자 지내거나 밖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폭력을 행사하는 환자는 망상으로 인해 상대방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표출한다. 더군다나 적절한 치료를 받는 조현병 환자는 대체로 안전하고 공격적이지 않다. 2017년 경찰통계연보에 의하면 총범죄자 숫자 중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유병률이 1%인 것을 미루어 볼 때 조현병 환자의 폭력성은 병과 상관없이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거나 아니면 일반인과 유사하다.
-초기 환자라도 위험하므로 격리해야 한다? ×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범죄를 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현병이라는 질병을 부각해 조현병 환자를 모두 폭력적인 사람으로 몰고 가고, 무조건 격리해야 하는 대상자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격리와 감금보다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현병을 위험한 질환으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조현병을 진단받는 순간 범주화된 집단 안에서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적극적인 치료를 꺼리게 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 수 있으니 더 위험한 발상이다. 우울증 등 여타 병처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는 사실을 감출 필요가 없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조현병 증상은
젊은 나이에 발병하며 보통 수개월 내지 수년에 걸쳐 서서히 발병한다. 경과가 만성적인 경우가 많다. 생각 인지 행동에 변화를 보인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망상에 불안해 하거나, 환청과 환시로 혼자서 대화하듯 중얼거린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이상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감정 표현이 단조로우며, 말수나 행동이 줄어든다. 언뜻 보면 무기력하고, 우울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도움말=박재홍 부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동아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