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동안 빵을 구웠다. 지난 2월 6일에는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망미역 근처에 비건(Vegan) 베이커리 카페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을 차렸다. 비건이란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우유나 버터, 달걀 대신 두유나 현미유, 코코넛오일 등 식물성 기름을 사용해 빵을 만든다.
오전 6시에 출근해 낮 12시에는 빵을 진열한다. 내일분의 반죽을 준비하고 카페 일을 보다 보면 오후 7시가 된다. 퇴근 시간이 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간다. 집에는 나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 그 존재는 내 발걸음을 기억하는 건지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부터 소리를 낸다. 현관으로 쫄래쫄래 나오는 고양이 ‘리키’를 안고 현관으로 들어가 불을 켠다.
식사 후 설거지를 하고 나서 리모컨을 들고 소파에 앉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TV를 시청한다. 하루 중 유일하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다. 리키 녀석이 비스듬히 기대앉은 내 배 위에 오른다. ‘그리웠다’고 말이라도 하는 듯이 볼을 비벼댄다. 털의 촉감과 특유의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어느새 피로가 가신다. 좋은 날에도 궂은날에도 리키는 늘 같은 방식으로 다가온다. 인생에 이런 친구 하나 만들었으니 성공이다 싶다.
우리 매장은 카페이다 보니 고객이 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는 없다. 이 점이 아쉬워 얼마 전, 동물이 잠시 밖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동물 쉼터’를 마련했다. 쉼터라고 해봐야 팻말을 부착하고 목줄을 매달 수 있도록 걸이를 세 개 설치했을 뿐이지만 나름 손님이 동물과 동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자부한다. 개와 함께 온 고객이 불안해하며 빵을 사는 것을 목격한 이후 ‘동물 주차장’ 설치를 추진한 것이다. 고객은 물론 쉼터에서 ‘친구’를 만나 반가워하는 동물을 보면 ‘공존의 공간’을 잘 만들었다 싶다. 보통 사람만 생각하기 쉬운데, 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어디에서든 많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상을 시작한 32년 전부터 채식을 지키고 있다. 채식은 기본적으로 타자를 해치지 않는 비폭력 정신에서 비롯된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물론 식물을 먹는 것도 해를 끼치는 일이기는 하나 이는 비교적 작은 인과를 낳는다. ‘비건으로 살면서 비건 카페에서 일하고, 동물과 공존하는 삶을 살 수 있어 참 좋다. 글을 다 쓰고 옆을 쳐다보니 리키가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이 순간이 지나가버리지 않도록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최태석 비건 베이커리 카페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