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구 떨림으로 평형기능 관찰
- ‘전기 와우도 검사’ 시행하기도
- 주위 빙빙 도는 듯하면 이석증
- 균형 잃고 구토감 땐 전정신경염
- 메니에르병 최근 급증 난청 위험
우리는 넘어지지 않고 걷고 뛰어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걷고 뛰는 원리에 복잡한 신경계가 작용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신경 기능 이상으로 균형감이 무너지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자각하게 된다. 이런 어지럼을 고질병으로 생각해 치료에 엄두조차 못 내고, 평생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국제신문과 고신대복음병원이 지난 5일 개최한 시민건강교실에서 이환호(이비인후과) 교수는 “어지럼증은 원인이 너무나 많다. 검사를 통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지긋지긋한 어지럼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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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신대복음병원 이비인후과 이환호 교수가 귀 평형기관에 이상이 없는지를 살펴보는 전정 기능 검사를 하고 있다. |
■원인과 증상
어지럼의 원인 대부분은 이비인후과적 질환인 귀의 전정기관과 전정신경의 이상에 기인한다. 그 외 정신과적 원인에 의한 이상이 10~20% 되고, 드물게 중추성 병변에 의한 어지럼이 2~10%, 심혈관계 이상에 의한 사례가 5% 나타난다. 10~20%는 원인불명이다. 특히 70대 이상 노인이나 심혈관계 이상이 있는 환자는 여러 원인이 혼합돼 나타난다.
어지럼은 원인에 따라 증상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가장 흔한 귀 전정계 이상에 의한 어지럼은 자기 몸이나 주변 환경이 빙빙 돌거나 좌우나 상하로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평형기관이 아닌 원인의 어지럼은 정신이 멍하거나, 균형을 잡기 어렵고, 정신이 아득해지고 눈앞이 하얗게 되는 등 증상이 생긴다. 대부분은 증상을 보면 원인을 쉽게 알 수 있으나, 평형 기능이 아주 약하게 손상되면 비전정계에 의한 어지럼과 구별하기 어렵다. 이때는 병원 검사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좋다.
■평형기관 이상이 대부분
어지럼이 느껴져 병원을 찾으면 먼저 신경 검사를 통해 소뇌 및 뇌신경 손상 여부를 파악하고 혈액검사, 전정 기능 검사, 청력 검사를 시행한다. 전정 기능 검사가 가장 기본적이다. 평형기관 평형신경 평형신경핵에 문제가 생기면 안구 움직임이 비정상적이다. 여러 어지러운 자극을 인위적으로 주면서 눈 움직임을 추적해 전정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를 파악한다.
귀 평형기관 이상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이석증(양성돌발성체위성 어지럼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으로 세분화된다. 이석증은 귀 안쪽에서 평형을 감지하는 세반고리관에 이석이 흘러 들어가 발생하는데,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주위가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비디오 안진기를 착용하고 눈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진단할 수 있고, 검사하면서 치료까지 시행한다.
자세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주위가 빙빙 도는 느낌이 나고 구토나 메스꺼움이 있다면 전정신경염의 가능성이 높다. 균형 기능을 담당하는 귓속 전정 신경이 손상해 발병하며, 급성 어지럼증의 가장 많은 원인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회복이 느리면 전정 재활치료를 할 수 있다. 치료 때 장기적으로 진정제를 먹는 것은 평형 기능의 자연적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요즘 많이 진단받는 메니에르병은
특정한 자세와 상관없는 어지럼이라면 메니에르병일 수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메니에르병 환자는 최근 5년 사이 43% 증가할 정도로 흔해졌다. 현기증과 청력 저하, 이명(귀울림), 이충만감(귀가 멍한 느낌) 등 증상을 보인다. 어지럼은 수십 분 동안 지속되고 몇 달, 몇 년에 걸쳐 반복될 수도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더 많이 발생하는 메니에르병은 달팽이관 안의 내임파액 양이 많아져 막성 미로가 부풀어 오르며 발병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게 없다. 반복되는 어지럼과 함께 청력 손실도 같이 진행되므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어지럼증 검사와 청력 검사, 특수한 전정 기능 검사인 ‘전기 와우도 검사’를 시행해 진단한다.
메니에르병 환자의 80~90%는 약물치료로 병을 조절하면서 생활할 수 있다. 증상에 맞춰 이뇨제나 안정제, 신경 기능 개선제 등을 쓴다. 어지럼증이 심할 때는 진정제나 내임파액을 배출하는 이뇨제를 사용하면 어지럼과 청력이 개선된다.
메니에르병 환자는 생활습관 관리도 필요하다. 저염식은 필수적이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나 차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줄이는 게 좋다.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병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 약물치료에도 호전이 없고 갑자기 쓰러지는 증상(투마킨 현상)이 생긴다면 좀 더 독성이 있는 약물을 써서 평형 기능을 없애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내림프강 감압술, 전정신경절제술 등 수술을 시행한다.
도움말=고신대복음병원 이비인후과 이환호 교수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