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부터 ‘행복우체통’ 운영
- “가족여행 가고싶지만 형편 안돼”
- 말 못할 사연 엽서 담아 띄우면
- 복지관 심의 거쳐 경비 등 지원
- 자원봉사자 방문 복지서비스도
- 무직 상태의 중·장년 홀몸 남성
- ‘행복한 밥 한끼’ 프로그램 인기
- 매주 요리·취미생활 등 함께해
- 단절된 사회적 관계 회복 도와
부산 중구는 구도심 지역으로 상업지역과 산복도로를 끼고 있고, 주거 형태는 대부분 단독주택 혹은 빌라다. 단독주택들도 거의 작은 평수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홀몸노인이나 복지사각지대도 많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홀몸노인들을 찾기 위해서는 가가호호 방문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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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종합사회복지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외부활동이 거의 없는 지역 내 중·장년 홀몸 남성들이 함께 모여 직접 요리를 해보는 ‘행복한 밥 한끼’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주 한 차례 실시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는 지역 중·장년 홀몸 남성 3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
중구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 중인 ‘행복우체통’은 이 같은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중구 지역 곳곳에 설치된 행복우체통에 경제적·육체적 어려움을 겪는 본인이나 이웃이 사연을 담은 엽서를 넣으면 도와주는 방식이다. 2015년부터 운영된 행복우체통에는 지금까지 255건의 다양한 사연이 접수돼 실제 지원이 이뤄졌다. 행복우체통은 적어 넣은 작은 소원까지도 들어주는 마술상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직장인이고 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입니다. 이번 여름휴가 계획을 세워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은데 경제상황이 넉넉지 않아 가능한 도움을 받고 싶어 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여행 한 번 못 가서 이번 휴가를 이용해 꼭 함께 가족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지난해 여름 행복우체통에 접수된 사연이다. 어머니는 여름방학이 되어도 휴가철이 되어도 가까운 바닷가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했고,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 싶어 행복우체통에 직접 엽서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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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종합사회복지관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연을 접수하는 ‘행복 우체통’. |
중구복지관 측은 사연을 접수한 후 자체 심의를 거쳐,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이들 가족이 휴가비로 쓸 수 있도록 3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어머니와 아이들은 가까운 경주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고 한다. 제대로 된 가족사진 한 장이 없어 늘 속상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셀카도 찍고 오랜만에 근사한 식당에 가서 식사도 하며, 그해 여름은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중구복지관은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는 별도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6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된다. 이들 자원봉사자는 지역 내 이웃들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기도 하고,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공공 또는 민간기관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은 정작 어려운 일이 생겨도 주민센터나 복지관에 찾아가 이야기를 꺼내놓기 쉽지 않다. 하지만 자원봉사자의 따듯한 마음이 전해지면서 이웃에게 미처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속 깊은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현장을 누비는 복지 서비스가 이어지면서 상업지역 내 숙박업소에 장기 투숙하는 중·장년 홀몸 남성이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대부분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어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관계도 단절되다시피 했다.
중구복지관은 2018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직업 활동이나 외부활동의 기회가 적은 중·장년 남성들이 함께 모여 요리도 하고 취미생활도 함께하는 ‘행복한 밥 한끼’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관내 요리학원 시설을 빌려 매주 한 차례 실시하는 행복한 밥 한 끼 프로그램에는 30명 정도의 중·장년 남성이 참여하고 있다. 때로는 요리 대신 영화관람 등의 단체 나들이도 실시하고 있다. “우리같이 할 일도 없이 집에 있는 사람들을 규칙적으로 밖에 나오게 하고, 할 일도 만들어 줘 고맙다.” “집에서 밥도 안 해먹고 지냈는데 여기서 요리 배우면서, 집에서 배운 것을 해보기도 하고 많은 도움이 됐다.” “요리도 운동도 어렵긴 하지만 집에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호응은 예상보다 훨씬 더 뜨겁다.
한편 이들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행복 수놓기 운동’으로 모인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운동에는 중구청 직원들과 중구 관내 업체 및 후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일부 후원금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해 중구복지관과 함께 지역 맞춤 복지서비스 제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