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사랑받는 동시에 미움받는 존재다. 누군가는 고양이를 불길한 존재로 여기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를 ‘캣맘충’으로 비하하며 혐오한다. 반려동물로 개보다 고양이를 선호하는 인구가 늘지만, 잔혹한 고양이 학대 범죄도 급증한다. 놀라운 건 이런 학대는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있었고, 이를 범죄로 인식하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라는 점이다.
내겐 올해로 13살이 되는 늙은 고양이인 ‘깡순이’라는 친구가 있다. 깡순이가 태어날 무렵은 한창 정관신도시가 조성되던 시기였다. 어느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태어나 진돗개와 밥을 나눠 먹으며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부모님의 눈에 띄었고, 우리는 그날부터 한 가족이 되었다.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면 대개 질문이 쏟아지는데 그가 길고양이 출신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묻는다. “어머, 길고양이는 너무 무섭게 생겼어요!” “길고양이는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다던데?” “결국 수컷 고양이를 찾아서 집을 나간다던데 가출은 안 해요?” 라고. 정작 길고양이는 지금껏 한마디도 한 적이 없는데 사람들은 너무 많은 편견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항변할 기회가 없는 길고양이를 대신해서 숱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더 열심히 깡순이와 길에서 만난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서 사람과 공유한다.
사실 길고양이의 마음을 얻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깡순이 역시 길에서 살았지만 우리 가족에게 마음을 여는데 걸린 기간은 불과 일주일 남짓이었다. 안전한 환경과 맛있는 간식, 무엇보다 그들을 향한 따뜻한 진심만 있다면 공감은 쉽게 형성된다. 깡순이는 매일 아침 부모님에게 찾아가 아침인사를 하고, 창밖이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부터는 현관문 앞 소파에 앉아 돌아올 가족을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면 바닥을 열두 바퀴쯤 뒹굴면서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한다. 가끔은 부모님과 산책하러 나가는데 방울과 인식표가 달린 목걸이만 메고 아파트 화단에서 한두 시간씩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해준다. 지겨워질 무렵 아파트 공동 현관으로 나가 “깡순아, 집에 가자!” 하고 부르면, 저 멀리서도 대답을 하며 단숨에 달려온다. 위험천만한 공사 현장에 살던 1살의 길고양이 깡순이는 이제 부모님에게는 귀여운 막내딸이자, 내겐 십년지기 친구가 됐다.
최근 부산에서 새끼고양이를 토막 내 버젓이 길가에 널어놓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는 등 흉악한 길고양이 학대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죽기 전 길고양이가 받았을 고통에 몸서리치면서도, 어두운 우리 사회의 병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남에 같은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올해 3월 22일부터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은 최대 징역 2년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정당한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되고, 유실·유기동물을 판매하거나 죽이려 포획하는 행위도 추가됐다. 모두가 고양이를 좋아해 주길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혐오의 대상이 돼 인간의 폭력성에 희생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길고양이는 길 위에서 태어나 두어 번의 봄을 마주하고, 사람 시선이 닿지 않는 낮은 곳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아무도 해친 적이 없다. 인도의 정신적 철학적 지도자였던 마하트마 간디는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은 속도보다 방향에 중요하기에, 우리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경책(警策)해야 한다.
박지원 해운대부민병원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