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열병 심하면 사망에 이를수도
- 입 마르고 두통·식욕부진 증상
- 땀 분비로 진액 부족한 ‘음허’와
- 열량 과다 소모 ‘기허’가 원인
- 양서·음서 약재 맞춤처방 중요
- 한의원 찾아가 꼭 진료받아야
- 체질에 따른 보약 ·보양식 섭취
- 삼귀익원탕 등도 원기 북돋아
높은 온습도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폭염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온열병은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더위병은 어떤 질환이며, 어떻게 건강한 여름나기를 할 수 있을까. 광도한의원 강병령 원장, 명제한의원 이수칠 원장, 심재원한의원 심재원 원장, 제세한의원 하한출 원장, 한국한의원 윤경석 원장의 도움말로 한방적 관점에서 해법을 살펴봤다.
■한방에서 보는 더위병은
보통 성인은 하루 600~700㎖ 정도 땀을 흘리지만 여름이 되면 땀 배출량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체내 수분 손실로 체온 조절이 실패하면 온열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여름철 더위에 원기와 진액이 상해서 생기는 온열병은 동의보감에서 서병(暑病) 주하병(注夏病) 등으로 언급한다. 머리가 아프거나 무겁고, 사지가 무력해지면서 아프고, 발열이 나고 땀이 나며, 심한 피로감이 느껴지는 게 주된 증상이다. 서병은 세부적으로 무더운 날씨에 노출되면서 신체적 과로로 발생하는 양서병(陽署病), 열을 피하기 위해 찬 것을 가까이 해 발생하는 음서병(陰署病)으로 나뉜다. 일사병·열사병·열경련이 양서병에, 냉방병이나 찬 음식을 먹고 배탈나는 것이 음서병(또는 중서)에 해당한다. 온열병은 중열(中熱)로 표현하기도 한다. 중열은 체온이 상승하고 땀을 많이 흘리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은 빨라지며, 입이 마르면서 두통이나 의식 소실을 동반하는 것으로 일사병이나 열사병을 뜻한다.
온열병의 원인은 크게 음허(陰虛)와 기허(氣虛)로 나뉜다. 땀이 과다하게 분비돼 진액이 부족해짐으로써 탈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음허라고 하며, 이로 인해 체온 상승이나 갈증, 땀 분비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열량의 과다 소모로 체내 기가 부족해지는 현상을 ‘기허’라고 하는데, 음허와 기허가 계속되면 식욕이 떨어지는 등 ‘여름을 타는’ 증상이 나타난다.
■무더위 질환에 대한 한방적 처방은
여름철에는 체액 손실과 기운이 저하된 상태가 이어지므로 이를 보충해주는 한약재를 쓰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인삼은 여름에 많이 사용하는 약재로, 기운을 올리고 진액을 보충해주는 효능이 있다. 특히 생맥산은 여름철에 상시 복용하라고 권장될 정도로 많이 처방하는 약재다. 인삼 오미자 맥문동을 1 대 1 대 2 비율로 넣고 물과 함께 달여서 만드는데, 꿀을 첨가해 먹기도 한다. 동의보감은 생맥산을 ‘사람의 기를 도우며, 심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한다. 인삼은 원기를 보하는 효능이 있고, 맥문동은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폐를 보하고, 오미자는 간 기능 개선, 해독 작용이 있어 더위병 예방·치료에 효과적이다.
양서병으로 인해 열이 나고 땀을 몹시 많이 흘렸다면 삼유음 청서화중산 시호석고탕 향유해독탕 시령탕 등을, 음서병에는 냉해진 부분을 데우고 습기와 액체 상태의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 마계음 각서단 대온중음 이진탕 등을 처방한다. 더위가 장위(腸胃)까지 미쳐 토하고 설사한다면 향유탕을 쓴다. 더위 먹은 증상의 주하병에는 삼귀익원탕 청서익기탕 생맥산 제호탕 등 수분을 보충하면서 기운을 북돋아 주는 처방을 한다. 개인 상태에 따라 양서·음서에 맞게 약재를 배합, 맞춤처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한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
■폭염에 대처하는 생활습관
장시간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습기와 열기가 높을 때에는 신체적 과로를 되도록 줄여야 한다. 찬 음료는 조금씩 여러 차례 나눠 먹는 것이 좋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은 피부 땀구멍을 청결히 해 발한 조절을 하므로 중요하다.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것은 피하고, 가끔씩 몸을 움직여 혈액순환이 잘되게 한다.
땀이 분비될 때는 몸속 세포의 정상 작동을 돕는 나트륨 등 전해질도 함께 빠져나가므로 물을 수시로 마시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식전에 물을 마시면 소화액 분비가 어려워져 식사를 통한 영양 공급이 제한될 수 있으니 식후 30분 정도 지난 뒤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또 차고 달콤한 음료를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 복통 두통이 오고, 체온의 분산 작용을 억제하므로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더위로 소화력이 약해지기 쉬우므로 제철과일과 채소를 먹으면 무기질 섭취에 좋고, 위장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여름철 채소 과일로 인한 식중독이 전체 식중독 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깨끗이 세척해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채소는 되도록 익혀서 먹고 과일은 너무 차갑지 않게 먹는 것이 식중독 예방과 위장기능 보호에 좋다.
특히 시중에 나온 보양식이나 약재가 내 체질에 맞지 않으면 도리어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체질에 따라 보약과 보양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황제내경소문은 ‘여름에는 해가 길어지니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자리에 들도록 한다. 더위를 싫어하지 말고, 낮에는 적당히 햇빛도 보고, 더위로 짜증 나기 쉽지만 화내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차분히 한다. 적당히 땀을 내고, 야외활동도 즐겨 하면 여름의 기운을 길러 겨울까지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라 하겠다’고 해법을 제시한다. 한의학은 항상 치우침이 없는 균형을 중시한다. 균형이 무너지면 중열 중서 등으로 진행돼 무더운 날씨에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