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야 일부 커튼 가려진 것 같고
- 손상 커지면 실명 우려까지
- 조기 발견 땐 레이저로 치료
- 증상이 계속 진행되면 수술
- 아토피 피부염 인한 망막박리
- 구석서 발병하고 난치성 많아
- 주기적으로 안과 검사받아야
오랫동안 아토피 피부염을 앓아온 A(16) 군은 한쪽 눈의 시력이 떨어져 최근 병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양쪽 눈에 모두 망막박리가 발생, 실명 위험이 커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A 군은 급히 두 눈 모두 수술을 받았으나 한쪽 눈에는 망막박리가 재발했다. 재수술을 받은 뒤에야 망막이 겨우 제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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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병원 안과 이지은 교수가 환자 안구검진을 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눈이 가렵자 눈두덩이를 자주 두드린 습관이 망막박리라는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부산대병원 안과 이지은 교수는 “가렵다고 눈을 건드리면 안구 내 손상이 누적돼 망막박리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며 “아토피 피부염이 실명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생활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망막박리란
망막이란 빛을 감지하는 얇은 신경조직으로 이루어진 막으로, 안구 안쪽에 부착돼 있다. 사진기로 치면 필름이나 ‘CMOS칩’에 해당한다. 노화 과정이나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질 때 망막에 구멍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구멍을 통해 체액이 망막 아래로 들어가게 되면 마치 벽지가 벽에서부터 떨어지듯 망막이 안구 안쪽에서 박리된다. 이를 망막박리라고 한다. 망막박리는 주변 구멍에서 시작해 점점 넓어진다. 중심부를 침범하면 급격한 시력저하를 일으킨다. 여기서 더 진행하면 망막 전체가 떨어지고 실명에 이르게 될 뿐 아니라 안구가 위축돼 눈이 꺼져 들어가는 무서운 질병이다.
■진단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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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토피 망막박리의 수술 후 사진. 360도 공막돌융술을 시행해 안구가 눌러진 것이 보인다(화살표). 유리체절제술을 함께 시행했으며, 사진 왼쪽에서 거대망막열공이 공막돌융 효과에 의해 막힌 것이 확인된다. |
망막박리의 주된 증상은 시야장애다. 시야 일부분이 마치 커튼이 가려진 것처럼 흐리게 보이고, 이것이 주변부에서 점차 중심 시야로 확장됐다면 망막박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망막박리가 발생하기 전 구멍이 생길 때 갑작스럽게 눈에 날파리 같은 것이 보이는 비문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갑자기 눈에 뭔가 떠다니는 게 생겼다면 가까운 안과를 방문해 안저검사를 받는 게 좋다. 망막박리는 주로 주변부에서 시작하므로 약물로 동공을 확장한 뒤 정밀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최근 안저 주변부까지 넓게 관찰할 수 있는 특수한 광각 안저카메라가 보급돼 진단이 쉬워졌다.
망막박리가 일찍 발견돼 구멍이 매우 좁은 범위에 국한됐다면 레이저로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입원할 필요 없이 30분 미만의 짧은 시술로도 70% 이상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레이저 시술 후 치료 효과가 완전히 나타나기까지는 2, 3주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
레이저 치료를 했는데도 망막박리가 계속 진행한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안구 밖에 실리콘을 부착시켜 눌러 구멍을 막는 ‘공막돌융술’과 안구 안쪽으로 기구를 삽입한 뒤 직접 망막 아래로 들어간 물을 빼 내고 가스나 실리콘 기름을 충전해 망막을 다시 붙이는 ‘유리체절제술’이 있다. 눈 상태가 좋지 못하면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시행하기도 한다.
■아토피가 발생 위험 높여
망막박리는 외부 충격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눈 주위에 가려움증이 심하면 긁을 때 피부가 상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눈두덩이를 잘 두드리기 때문이다. 가벼운 충격이라 하더라고,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망막에 손상이 누적돼 결국 망막이 찢어져서 망막박리가 생길 수 있다.
최근 기술이 많이 발전해 일반적 망막박리의 수술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망막박리는 일반적 질환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 난치성이고, 1차 수술 실패율이 높다.
아토피 피부염에 합병된 망막박리는 찢어진 구멍이 매우 구석진 곳에 위치한 사례가 많다. 경험이 많은 의사가 아니라면 발견하지 못하거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종종 백내장을 동반하기도 해 망막박리로 인한 시력 저하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눈 안쪽을 선명하게 검사하기 힘든 점도 늦게 발견되는 이유다. 발견이 늦어지다 보니 찢어지는 범위가 매우 넓은 ‘거대망막열공’도 가끔 발생한다. 이로 인해 두세 번 이상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망막박리로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부염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안과 검사도 받는 것이 좋다고 의료진은 설명한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눈 주위 가려움이 심하더라도 눈을 두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망막박리로 인한 실명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도움말=부산대병원 안과 이지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