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천4구역 서식 추정 200마리
- 동래구, 민간구조단체와 함께
- 급식·피신처 제공 활동 등 나서
- 장기적으론 입양 유도 등 추진
- 부산 재개발·재건축 218곳
- 고립·압사 등 동물생존권 위협
- 市, 고양이보호조례 개정 추진
재개발·재건축으로 생존을 위협당하는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민관 거버넌스’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출범했다. 민관 협치로 길고양이 생존권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은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물어서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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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부산 동래구와 동래구의회, 온천냥이구조단 등 민관이 합동으로 재개발이 진행 중인 온천4구역 내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온천냥이케어센터’를 개소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부산 동래구와 동래구의회는 지난달 동래구청 대회의실에서 민간 동물단체 협의체인 ‘온천냥이 구조단’과 재개발지역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민관 합동발대식을 열고, ‘온천냥이구조센터’(우장춘로 222)를 개소했다. 구조센터는 재개발이 진행 중인 온천4구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를 구조해 급식과 피신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온천냥이 구조단에 따르면 온천4구역에 사는 길고양이는 약 200마리로 추정된다. 고양이는 자기 영역이 강한 동물이라 살던 곳을 잘 떠나지 않는데, 철거공사가 시작되면 압사 등 생존에 위험이 크다. 이에 민간 동물활동단체인 구조단은 지자체와 합동으로 고양이를 확보하고, 구조케어센터에서 돌본 뒤 입양을 유도하거나 중성화(TNR) 수술을 마치고 방사할 예정이다. 현재 구조센터는 길고양이 4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민간 동물활동단체가 이런 일을 해왔는데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면서 길고양이 구조활동은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된다. 하성기 동래구의회의장은 “온천 길고양이의 안전한 구조를 위해 동래구의회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온천4구역은 온천냥이구조센터가 담당한다지만 다른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길고양이 생존권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부산에서는 현재 모두 218곳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공사가 시작되면 길고양이는 서식처를 잃는다. 공사장 격벽으로 길고양이가 고립·차단되면서 당장 먹을 것도 사라져 생존을 위협당한다. 공사로 인해 다치기 쉽고, 공사장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건강마저 나빠진다. 인간과 동물의 공생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길고양이를 구조하고, 이들에게 임시 거처와 급식소, 진료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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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래구와 동래구의회, 부산시의회, 동물활동가 등 관계자가 길고양이 보호 문제가 제기된 재개발·재건축 지역 중 하나인 온천4구역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
지난 3월 이와 관련해 동물활동가와 토론회를 개최한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나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현행 부산시 ‘동물보호 및 복지에 관한 조례’에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규정을 추가하려고 하나 지지부진하다. 실제로 시의회 남언욱 해양교통위원장은 시 조례에 ‘도시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는 재개발 또는 재건축 지역의 고양이는 구조보호조치의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하려다가 상위법에 가로막혔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52조(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를 보면 사업시행자는 정비계획에 따라 ▷토지 이용계획 ▷주민이주 대책 ▷정비사업비 등 여러 사항을 포함하는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동물 보호에 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남 위원장은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보호를 강제하기 위해 시 조례를 보완하려면 상위법인 도시정비법의 개정이 필요하므로 국토교통부에 시행령 개정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정 신심범 김미희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