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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관 지역맞춤 사업] 집안 가득 6t 쓰레기 치워주니 집주인도 ‘방긋’

와치종합사회복지관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9-09-03 18:59:5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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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장강박증·신체적 질환자 주민
- 비위생적 가정 환경 개선 나서
-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 내년 3월까지 10가구에 도움

- 방역·도배·환경 정비 등 계획
- 정리수납 교육 등 사후관리도

부산 영도구의 한 연립 주택에 세 들어 사는 30대 여성 A 씨는 몇 년 전 겪은 폭행사건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앓아 왔다. 삶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A 씨는 세상과 단절 속에 본인과 집을 방치했다. 집주인의 의뢰로 A 씨의 사연을 알게 된 영도구 와치종합사회복지관 측은 최근 끈질긴 설득 끝에 어렵사리 A 씨의 집을 찾았다. 사건 이후 외부인의 방문은 처음이었다. A 씨의 집은 빈 공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가 가득했고, 곳곳에 벌레가 기어 다녔다. 더욱이 악취로 인한 이웃 민원 때문에 한여름임에도 창문과 현관문을 꼭 닫고 지냈다.
부산 영도구 와치종합사회복지관이 시행 중인 비위생적 가정 환경을 개선하는 ‘동고동락’ 사업으로 집 안에 잡동사니가 쌓여 있던 집(왼쪽 사진)이 말끔하게 치워진 모습으로 변했다.
그제서야 A 씨는 집이 왜 이렇게 더러워졌는지 본인도 모르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청소의 필요성은 인지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도 했다. 와치복지관은 행정복지센터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방역, 도배, 환경정비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인 주거환경개선 작업에 나섰다. A 씨도 적극적으로 도운 주거환경개선 작업을 통해 나온 폐기물의 양은 무려 6t에 달했다. 깨끗해진 집을 보며 A 씨도 오랜만에 웃음을 지었다. A 씨는 “세상에 혼자뿐이라는 생각에 힘들어했는데, 많은 사람이 도움을 주고 같이 걱정해주는 모습에 힘을 얻었다.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집 안 가득 잡동사니를 쌓아 놓고,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사연을 신문이나 TV 등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사람들을 의학적으로는 정신 장애의 일종인 이른바 ‘저장강박증’ 환자로 분류하기도 한다. 각종 조사 결과 등을 보면 쓰레기 더미 가득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생각 외로 많다고 한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는 악취와 해충, 복도에 쌓인 물건 등에 따른 민원으로 발견이 용이하지만, 일반 주택은 대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가지 전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 어렵다. 저장장애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보통 경제성이나 재활용을 이유로 잡동사니를 모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적인 이유로 오래되고 쓸모 없어진 물건을 쌓아두는 사람도 많다.

부산 영도구의 와치종합사회복지관은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올해 초부터 지역 내 비위생적인 가정의 환경을 개선하는 ‘동고동락’(同苦同樂)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고동락 사업은 저소득·경제적 이유로 집 안에 버려진 물건을 쌓는 노인보다는 정신장애나 신체적 질환이 있어 오랜 기간 이웃과 접촉이 끊긴 주민이 주된 대상이다. 지난 4월부터 본격화된 이 사업은 내년 3월까지 모두 10가구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영구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행정복지센터가 힘을 합쳐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주민을 찾아 나섰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6가구를 찾아 발굴해, 4가구는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했고, 2가구는 환경 개선을 설득하고 있다.

환경개선이 필요한 가구를 찾더라도 실제 작업에 나서기까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도 많다. 대화가 이루어지면 첫 단추는 끼우게 된 셈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나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물론이고 이웃까지 나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야 한다. 설득이 이루어지면 지역 내 다양한 기관이 협력해 주거환경 개선 작업에 나선다. 집을 치우면 적게는 3t, 많게는 10t에 달하는 잡동사니와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환경개선 작업을 할 때는 물건 하나하나 버려도 되는지 주인의 동의를 구한다고 한다.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린다.

동고동락 사업은 환경개선 활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원 대상자는 대체로 깨끗하게 변한 집 안을 대하면 기뻐하고 감사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환경을 낯설게 느낀다. 수일 이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동고동락 사업은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홈가드닝을 통해 식물을 가꿀 수 있도록 하거나, 정리수납 교육을 통해 스스로 집 안을 가꾸도록 돕는다. 환경지킴이를 1 대 1로 연결해주기도 한다.

얼마 전 와치복지관의 도움으로 집 안의 쓰레기를 치운 B 씨에게도 단순히 주거환경 개선 이상의 변화가 생겼다. 환경지킴이단이 월 2회 꾸준히 찾아와 집 안 정리수납을 도와주고 소통하면서, 자연스레 이웃에도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는 것이다.

와치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집 안에 쓰레기 더미를 쌓아두는 비위생적 가구의 환경 개선은 이웃과의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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