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첫발을 내딛었다.
2007년 7월 초복, 뜨거운 햇빛 아래 동물을 사랑하는 10여 명이 구포개시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죽어가는 생명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개고기 반대를 외쳤다. 우리의 소리와 눈물에도 아랑곳없이 상인들은 하던 작업을 하고, 일부는 앞에 나와서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 그러냐”며 소리를 질렀다.
2019년 7월 1일, 우리는 똑같은 장소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2007년의 눈물과는 다른 기쁨의 눈물이었다. 구포개시장은 철거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살아있는 개가 전시됐던 뜬장이 제거되고, 우리는 그곳에 남아있는 86마리의 개를 당당하게 구조했다. 첫 집회를 시작한 지 13년 만에 구포개시장은 완전히 폐업하면서 이제 역사 속 이름으로 남게 된 것이다.
아직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고, 개고기반대에 관해서는 정부도 정치인도 그 누구도 쉽게 언급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희소식은 이제는 우리 사회가 동물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무엇보다 부산 북구와 부산시, 지역 국회의원이 한마음으로 행정력과 정치력을 발휘해 이루어낸 결과다.
구포개시장 전업 과정은 그야말로 험난했다. 보상액이나 조건, 시기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러다 협의가 실패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으나 정명희 북구청장의 의지와 전재수 국회의원, 오거돈 부산시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으로 평화적인 ‘전국 첫 완전폐업’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가축시장 하나 없앤다고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하고 조례를 만드는 게 어디 마냥 쉽게 되겠는가.
그 과정에서 동물단체와 활동가의 역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업 협의의 과정을 지원하고 집회를 하면서 압박하는 일 역시 이 역사적인 사건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정치 행정 민간단체 등 부산에서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이루어낸 성과는 단지 부산만의 일이 아니다. 구포개시장이 사라지니 이제는 대구 칠성시장이나 울산 안강시장, 울산 남구 상개동 지역의 개고기 업소가 다음 차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장까지 구조된 개를 떠나보내는 환송식에 참가한 것은 이제 부산은 동물학대가 아닌 동물복지의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선포하는 상징이고, 다른 도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구 칠성시장 폐쇄 관련 뉴스도 솔솔 들려온다.
무슨 개시장 하나 없어진 것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개고기 문제는 개만의, 나아가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 사회가 생명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다. 구포개시장이 없어진 것은 동물복지와 함께 우리 사회가 생명존중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사회가 돼간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중요하다. 잔인하게 도살당하는 동물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이 없다면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은 느낄 수 있을까.
개 식용이 없어지는 것은 시대가 바뀌고 진화돼 가는 사회임을 의미한다. 구포개시장 폐업은 개 식용 철폐의 첫 발걸음이자 동물복지, 진정한 생명존중의 시대를 여는 큰 발걸음이다. 구포개시장이 역사 속에 사라져가듯이 개 식용 역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리라 생각하며, 이 땅의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전진해 나가기를.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