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은 손톱 발톱 머리카락 피부 근육 뼈 혈액 등을 이루는 주요 구성 성분이다. 호르몬 효소 항체 등의 면역을 담당하는 주요 성분도 단백질이다. 적은 단백질 섭취는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발육 지연, 임산부는 면역 저하, 노인은 퇴행성 질환에 나쁜 영향을 초래하므로, 반드시 매일 일정량이 섭취돼야 한다. 단백질의 주된 공급원은 육류 해산물과 함께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이 있는데, 이 중에서 단연코 한국인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은 돼지고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 가운데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4%(2014년 기준) 수준이다. 물론 전 세계 돼지고기의 49.3%(2018년)를 소비하는 중국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경제개발협력국(OECD)의 평균인 22%보다는 한국인의 돼지고기 섭취는 높은 편이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단백질 위기’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단백질 위기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인간이 섭취할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해지는 사태다. 세계적으로 돼지고기 공급 부족이 지속된다면 쇠고기나 닭고기, 생선만으로는 단백질을 보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경제력과 식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지난 시절보다 단백질 섭취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 수준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에는 못 미쳐 아프리카돼지열병이나 조류인플루엔자 파동으로 인해 자칫 단백질 영양소의 섭취 부족이 있을까 염려스럽다.
한국인은 유독 돼지고기에 대한 혐오와 공포의 감정이 전통적으로 숨어 있다. 삼겹살을 먹으면서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까 두려워한다.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 먹어야 한다는 인식도 뿌리가 깊다. 심지어 고기를 굽는 데 쓴 젓가락으로는 다른 음식을 집어 먹어서도 안 된다는 속설까지 있다. 기생충인 갈고리촌충과 그 유충인 유구낭미충, 섬모충 감염을 우려한 탓이다. 지금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도 돼지고기를 태울 정도까지 구워 먹는 것이다.
요즘도 “한약을 먹을 땐 돼지고기를 피해야죠?”라고 물어보시는 분이 제법 많다. 19세기 초에 쓰인 ‘임원십육지’에 중국 당나라의 의서 ‘식료본초(食療本草)’를 인용하여 “돼지고기를 오래도록 먹으면 약효가 받지 않고 풍을 통하게 해 열병·학질·이질·고질병·치질 등의 질병을 가져온다”라고 했다. 또한 ‘천금식치(千金食治)’를 인용해 “돼지고기를 오랫동안 먹으면 정충이 감소하며 병을 앓게 되고 온몸의 근육이 아프며 기력이 없어진다”라고 했다. 이러한 전통적인 영향인지 상담을 하다 보면 돼지고기를 먹고 나서 ‘잘 체한다’ ‘몸이 무겁다’ ‘몸이 가렵다’ 등의 불편함이 있다고 하시는 분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해 보면 자극적인 음식, 과식, 음주 등 다른 문제로 인한 불편함인데도 ‘돼지를 먹어서 그렇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종실록(1417년)의 기록에 “명나라 황제가 조선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조선 사신에게 쇠고기와 양고기를 공급하라고 했다”는 기록이 보이며, 1488년 조선을 방문했던 명나라 사신도 “조선에서는 집에서 돼지를 기르지 않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에게 전통적으로 친숙하지 않았던 돼지고기는 비타민B군이 쇠고기보다 10배 이상 많고, 특히 철분이 풍부한 고단백 식품이다. 특히 소양인의 가을철 보양식으로 적극 추천한다.
체담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