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부대동맥류 덩어리 만져져
- 다리 질환은 붓거나 저림 증상
- 단순 피로로 착각해 진단 늦어
- 질환 발견하면 이미 진행단계
- 정기적 초음파·CT 검사 필요
- 다채널CT 전신 혈관 조영 가능
- 초기는 금연 등 생활개선 권유
- 심하면 내경 넓히거나 개통 시술
우리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혈관이 펼쳐져 있다. 심장에서 출발한 혈액은 동맥을 통해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간다. 조금의 휴식도 없이 혈액은 온몸을 돌아다닌다. 그런데 혈액이 다니는 길인 혈관이 문제가 생긴다면 어떨까. 혈관 문제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혈관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던 몸의 일부나 조직이 망가지고, 뇌나 심장 같은 중요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다. 부산 청맥병원 홍신호 원장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혈관 질환은 서서히 진행한다. 증상도 거의 없어 이상을 느껴 병원을 방문하면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가 대부분”이라며 “병이 진행되면 치료가 힘들고 치료법도 제한적이므로 사전에 정기적으로 혈관 검진을 받는 게 좋다. 특히 고혈압 당뇨 흡연 이상지질혈증 등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혈관 관리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뇌 혈관에 이상 생기면
두통이나 이명, 어지럼증, 안면마비, 시력 저하, 갑작스러운 힘 빠짐, 감각저하 등 뇌 혈관의 문제로 생길 수 있는 증상은 다양하다. 심장에서 목을 지나 뇌로 가는 혈관 중 경동맥(목동맥)은 죽상경화(동맥경화)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기 쉽다. 죽상경화증이란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는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침착하고, 내피세포의 증식이 일어나 죽종(동맥 벽의 세포 부스러기)이 만들어지는 혈관 질환을 말한다. 죽종 내부는 죽처럼 묽어지고, 그 주변 부위는 단단한 막인 경화반으로 둘러싸이게 되는데 이것이 파열돼 떨어져 나가면서 뇌로 흘러 들어가 작은 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발생한다. 뇌혈관의 동맥류(작은 곁주머니가 생기듯 혈관이 늘어나는 것)는 터지면서 뇌출혈을 일으켜 몸에 큰 후유증을 남기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질환이 의심된다면 초음파와 뇌혈관 CT 검사가 효과적이다. 경동맥 초음파로 경동맥의 죽상경화 정도와 혈액의 흐름을 파악, 뇌경색 등 질환의 위험성을 알아볼 수 있다.
■생명과 직결하는 심장 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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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환자가 혈관 검진을 위해 다채널CT 촬영을 하고 있다. |
심장에 발생하는 대표 혈관 질환인 심근경색과 협심증은 발생 즉시 빠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심장이 뛰도록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죽상경화로 인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못하면서 생긴다. 간단한 검사인 심전도부터 심장 벽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나 심장판막 이상을 볼 수 있는 심장 초음파, 관상동맥 이상을 검사할 수 있는 정밀 심장CT 검사를 통해 심장 혈관 이상을 파악할 수 있다.
■흉부·복부·골반 혈관 증상 다양
흉부와 복부, 골반 혈관은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초기에는 복강 내 장기로 들어가는 혈류가 부족하다 보니 직접적인 통증을 못 느끼고, 증상이 없다. 복부대동맥류는 대동맥이 늘어나는 질환인데 초기이거나 체격이 큰 사람은 증상을 못 느낀다. 많이 진행되면 복부에 박동성 덩어리가 만져진다. 평소 대동맥류가 있다는 걸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일단 터지게 되면 높은 사망률과 연결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대동맥 박리(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짐)는 갑작스럽게 날카로운 느낌의 복부 통증을 느낀다. 난소정맥류나 정계정맥류는 골반이나 음낭에 통증이 발생한다.
■고통스러운 다리 혈관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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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채널CT로 하지 혈관 이상 여부를 촬영한 사진. 환자의 허벅지 혈관(노란 원 안)이 동맥경화로 막혀 이어지지 못하고 끊긴 것처럼 보인다. 혈관 곳곳에 하얗게 뭉치처럼 보이는 것은 칼슘이 침착돼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청맥병원 제공 |
다리 혈관 질환이 있으면 일을 하거나 오래 서 있을 때 다리가 붓고 무겁거나 저림 증상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디스크 환자가 많아 다리가 아프면 디스크라고만 생각한다. 다리 혈관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기 힘들어 그만큼 진단도 늦어진다.
하지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다리가 차갑고, 보행 때 통증이 유발되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고 괴사되는 말초동맥 질환이 대표적 다리 혈관 질환이다. 일정 거리를 걷거나 뛸 때, 또는 오르막길이나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생긴다면 말초동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걷거나 뛰면 평상시 가만히 있을 때에 비해 다리가 필요로 하는 혈액량이 많아지는데, 이때 다리에 있는 동맥이 좁거나 막혀 있으면 혈액이 충분히 가지 못해 통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말초동맥 질환의 초기 증상은 걷거나 뛸 때 통증이 생겼다가 쉬면 사라지고, 초기 이후로는 다리 쪽 피부가 차갑거나 발가락 끝이 검게 변하고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런 하지동맥 질환자가 늘고 있다. 주로 50대부터 생긴다. 특히 흡연은 혈관을 더욱 좁게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이 필요하다. 초기는 약물이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좋아질 수 있지만 동맥폐색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좁아진 혈관 내경을 넓혀주거나 막힌 혈관을 다시 개통시키는 시술이 필요하다.
이 외에 하지정맥의 판막에 문제가 생겨 혈류가 역류하는 하지정맥류, 혈전으로 인해 정맥이 막혀 통증과 부종이 심해지는 심부정맥 혈전증도 있다. 이런 하지 혈관 질환이 의심되면 혈관 초음파나 혈관CT를 통해 진단받을 수 있다. 특히 최신 기종인 다채널CT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혈관 조영이 가능하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