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동거 중인 고양이 부부가 야음을 틈타 사남매를 출산했다는 소식과 함께 SOS를 요청했다. 오전에 출근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일상에서 고양이 여섯 마리와 함께 하기가 너무 버겁다며 한 마리만 입양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동물은 좋아하지만 30년 넘게 달고 사는 만성 비염과 축농증, 슈퍼맨이 돼 온 집안을 날아다니는 8살 아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는 우리 집 안주인, 여러모로 안될 것 같은 이유만 나열했다. 지인에게 온라인을 통해 입양 받을 분을 찾아보라 하니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겐 고양이를 보낼 수 없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간곡한 지인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무렵 우리 집에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온통 하얀색인 이 친구의 이름을 ‘두부’로 지었다. 우리 집에 금 씨는 두 명이고, 서 씨는 한 명이니 성을 서 씨로 하자며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한 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한국어 이름은 ‘서두부’, 영어 이름은 ‘앙드레 서’로 정했다. 두부를 마주한 순간 앞에 했던 고민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무더운 여름 찬바람에 민감한 두부를 위해 꺼둔 에어컨도, 코를 간질이며 집안을 날리는 두부의 털도, 와이프가 아끼는 소파의 스크래치도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됐다. 어떻게 키울 지란 고민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정서적 교감과 사랑을 나눌까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수많은 미디어의 홍수에서 정보를 건져내고, 수없이 많은 말을 해야만 해결되는 일의 연속으로 피로가 겹겹이 쌓여갈 때 말없이 또는 말 없는 두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묘한 정적과 몸짓이 어느덧 나에게 위로와 힐링을 준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고 한다. 점점 핵가족화되고 혼자 사는 인구가 늘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간다. 개 고양이 새 등으로 불렸던 동물이 애완동물로, 지금은 반려동물이란 표현으로 통용된다.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정확히 언제부터 썼는지 알 수 없지만 단지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뜻을 품은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의 위험성으로 인해 반려동물이라고 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해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1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하니 짝이 되는 동무라는 ‘반려’의 사전적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그 뜻이 무색해진다.
2017년 한 국회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사육하는 소나 돼지 등 동물의 ‘소유자’라는 표현을 ‘보호자’로 바꾸는 것이었다. 여야 의원은 “식용으로 판매되는 동물과 반려동물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여 법안은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고 한다. 소유자에서 보호자, 식용과 식용이 아닌 동물, 반려동물과 반려동물이 아닌 동물, 다른 표현과 이분법으로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어느 다큐멘터리 영화의 늙은 소와 할아버지는 평생을 힘든 일과 일상을 함께한 ‘동무’였고, 남편이 떠난 자리에 15년 동안 곁을 지켜주던 내 이웃의 고양이는 평생의 ‘반려자’였으며, 가족 구성원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를 그 한 명으로 표현하는 TV쇼의 어떤 연예인에게는 ‘가족’이다. 누군가는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에 동물에게 과한 애정을 쏟는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사람복지도 어려운 형편에 동물복지는 이야기도 말라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기준을 틀리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인식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간극을 줄여 동물 또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면 학대·유기되는 동물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서로를 위로하고 행복을 공유하는 진정한 반려자가 되기를, 동물과 사람이 공생하는 진정한 우리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금경일 ㈜씽씽컴퍼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