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은 궁극의 목표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 본다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비용이 더 들고, 관심도 더 많이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보다 중견기업, 중견기업보단 중소기업에서 직원들의 워라밸이 지켜지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직원의 워라밸을 지향하는 두 중소기업이 있다. 이들 역시 경제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었지만 워라밸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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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26일 일본에서 열린 기술 박람회에 참석한 한선엔지니어링 직원들. 한선엔지니어링은 매년 직원을 선발해 해외 박람회 참여 기회를 준다. 오른쪽 사진은 철인종합건설 직원들이 본사에서 근로자 상담 자문위원의 강의를 듣고 있다. 철인종합건설은 직원을 대상으로 가족친화 마인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선엔지니어링·철인종합건설 제공 |
# 제조업 한선엔지니어링
- 상황따라 늦게 출근·일찍 퇴근
- 유연근무제 직원 호응 높아
- 주말 근무땐 자녀 동반하기도
- 절반 가깝던 이직률 대폭 감소
# 건설업 철인종합건설
- 지역 종건사 중 유일하게
- 가족친화기업 인증받아
- 근로자 전문 상담위원 두고
- 직접 말하기 힘든 고충 전달
■“제조업도 워라밸 가능해요”
부산 강서구 공단 내에 자리 잡은 한선엔지니어링은 소형 밸브·이음관 제조업체다. 지난 2012년 문을 열었다. 현재는 생산직 62명과 사무직 39명을 합쳐 모두 101명이 근무 중이다. 부산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 통계(2017년 기준)를 보면 제조업의 비율은 사업체 수 기준으론 10.8%, 종사자 수론 15.3%를 넘을 만큼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영세한 곳이 많은 탓에 워라밸은 ‘그림의 떡’인 경우가 흔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8일 이곳을 찾아간 것은 직원의 일·생활 균형을 위해 남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선엔지니어링은 다양한 워라밸 시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연근무제의 일환인 시차출퇴근제. 금요일엔 일찍 출근해 오후 5시 퇴근이 가능한데, 명지·녹산 일대가 금요일 오후가 되면 살인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육아휴직도 남녀 구분없이 사용한다. 지금까지 6명이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했는데, 이 중 2명은 남자 직원이다. 지난달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김우리나(33·여) 씨는 “예방접종 같이 아이 때문에 급한 일이 생기면 1~2시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주말에 출근한 적도 없고 회식도 분기별로 한 번 정도라 부담없다”고 말했다. 김상리 경영지원팀장은 “아직 중소 제조업체에서 육아휴직은 편히 쓰기 어려운 분위기이지만 가능하면 남녀 모두 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며 “최근엔 초등 입학기 자녀 돌봄도 지원해서 매일 한 시간 늦게 출근하는 남자 직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주말엔 자녀 동반 출근이 가능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생산직은 주말 근무가 많은 점에 착안, 2년 전부터 중학생 이상 자녀를 데려오면 현장에서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직원 복지는 워라밸 밑거름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독감 예방접종 무상 지원, 2년 차 직원까지 숙소지원금 지급(최대 월 15만 원), 교통비와 별도로 통근버스 운행이 대표적이다. 사내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면 본인 부담금의 절반을 지원하는 것도 사내 워라밸을 위한 조처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흑자경영을 했던 것은 아니다. 흑자로 전환된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그럼에도 사원 복지, 사람이 우선이라는 분위기에 따라 워라밸 정책을 매년 점차 늘려왔고, 몇 년 만에 이직률 하락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실제로 2016년 한선엔지니어링의 이직률은 46%에 달했으나 올해는 12%로 크게 줄어들었다. 두 회사를 거쳐 1년 전 한선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는 김영훈(30)씨는 “팀장님들이 다 오후 6시에 퇴근을 하니 직원들도 일찍 퇴근하는 편이다”며 “요즘 20, 30대는 워라밸을 중시하는데 이전에 다녔던 회사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며 웃었다.
■종합건설사 유일 가족친화인증
국제신문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섯 가지 업종 중 건설업의 워라밸 지수가 가장 낮았다. 현장을 따라 여러 지역을 수 년에 한 번씩 이동해야 하고 이른 아침부터 작업이 시작되는 업무 특성상 직원의 워라밸 수준을 끌어올리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199개 부산지역 가족친화인증기업 중 건설업은 단 2곳에 불과하다.
철인종합건설(직원 25명)은 그 중 한 곳이다. 종합건설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2017년 가족친화인증기업이 됐다. 철인종합건설이 지닌 다른 회사와의 가장 큰 차이는 근로자 상담 자문위원을 별도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4년 전 위촉된 전문위원은 직원을 대상으로 상·하반기에 한 번씩 가족 친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교육을 담당한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직접 회사에 말하기 어려운 고충을 대신 듣고 회사 측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주 40시간 근무, 자율적인 회식 문화, 가족과 함께하는 송년회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
“건축물 견적을 낼 때 전문가를 고용하듯 워라밸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력이라고 판단해서 위촉하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선 직원들에게 좋지 않게 말할 수 있잖습니까. 상담위원에게 대표의 의견을 대신 전달해 달라거나 직원들의 의견을 대신 들어달라고 하죠.”
철인종합건설이 가족친화인증을 받게 된 원동력은 대표의 개인적 신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재윤 대표는 딸 셋을 키우면서 가족이 화목해야 일도 잘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근무여건이 열악한 건설업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준다는 점도 이 대표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이 됐다. 이 대표는 “금전적인 부분은 부차적이다. 많아도 한 달에 수십만 원 수준이다. 그보다는 회사 분위기와 대표자 마인드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 songya@kookje.co.kr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