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습하던 지난 7월 경주에서 이른 새벽에 업무를 시작해 위탁견을 돌보는 업무를 마치고 ‘견 전용 픽업차량’을 운전해 부산 구포개시장으로 달려갔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개시장 철폐를 외치며 아침 일찍 구포개시장에 도착해 구조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우리팀도 합류했다.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구포개시장을 철폐하고 개들을 구조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너무나 감동을 주고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당시 구포 개시장 매장에서는 인플루엔자와 홍역 의심 개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전염병 예방을 위해 수의사, 훈련사, 활동가 등을 중심으로 5개 팀이 업소별로 홍역키트검사와 종합예방백신(DHPPL)접종을 시행했다.
키트검사 결과 양성견들은 연계 병원으로 즉각적으로 이동해 진료를 받도록 조치했다. 음성견들은 업소명과 성별, 기본 사항 및 특이사항을 기록해 운반용 크레이터(박스)에 부착해 개를 넣고 대형 운송용 차량으로 이동했다. 오후 늦게까지 구조작업이 진행됐고 역사적인 구포개시장 철폐현장에 여러 동물단체, 부산시, 언론사 등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감격스러운 순간을 가슴에 담고 구포개시장에서 구조된 개를 데리고 위탁교육장소인 경주학교로 돌아왔다.
위생적이고 안전한 견사에 구조한 개들을 넣고 냄새를 잡아주는 톱밥을 깔아주고 시원한 물과 맛있는 식사를 넣어줬다. 처음 구조 과정에서 만난 구포 개시장 케이지 속에 있던 개들의 눈빛에는 죽음의 공포와 앞날을 알지 못해 두려움으로 가득찼고 이들은 불안함에 몸도 떨었다.
그런데 당장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지만 경주 위탁학교에서는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됐다. 홍역과 인플루엔자를 극복하기 위해 한 달이 넘게 격리돼 관리됐다. 약물을 투여해 집중적으로 돌보며 항체를 가질 수 있도록 예방 백신을 투여했다. 개들은 양질의 음식을 꾸준히 먹자 건강이 회복돼 홍역과 인플루엔자의 공포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생명을 탄생하는 기적이 이뤄졌다. 7월 21일 폭우가 쏟아지는 새벽에 임신한 채로 구조된 구포개시장 개 한 마리가 11마리의 강아지를 출산했는데 8마리는 조산과 다산으로 살아남지 못했다. 3마리는 생후 넉 달째 건강하게 자라 현재 입양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구포시장 내 매장에서 교배해 임신한 호피무늬의 진돗개도 6마리를 출산했는데 이 중 5마리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구포시장에서 구조된 개들이 입소한 지 5개월이 다 돼간다. 초기에는 대부분 저체중으로 많이 야위었던 녀석들이 정상적인 체중으로 체중이 늘고 회복됐다. 이들은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넓은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 놀면서 입양을 위한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처음 구조당시 이들을 돌보며 행동을 관찰한 결과 70% 이상이 일반 가정집에서 키우다가 구포 개시장으로 보내진 것으로 추정돼 놀랐다. 당연히 식용개 농장에서 길러지다가 복날전에 개고기로 팔려온 아이들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식용개로 길러진 개들은 뜬장에 갇혀 살다 보니 밖으로 나오는 것을 무서워한다. 그리고 목줄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해서 목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는다. 그런데 구포개시장 구조견 대부분은 목줄 산책도 잘 되고 반려견 훈련을 잘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는 대부분이 반려견으로 길러지다가 개고기집으로 보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직도 반려견을 평생가족으로 생각치 않고 너무 쉽게 버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키우던 개를 유기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개고깃집으로 파는 주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개를 구조하는 행동은 단순히 위험한 상황에 처한 아이를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옮기는 과정이 아니다. 구조한 아이가 평생 가족을 만나서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구조된 개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문제 행동을 고치고 예절교육을 잘 받아 평생가족으로 품어줄 수 있는 입양처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구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
한국일 한스케어스쿨협동조합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