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진료실에서] 내시경실에서 벌인 대변과의 사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17 19:01:3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필자는 곶감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변비가 생겨 고생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번에도 명절 선물로 받은 곶감을 먹고 사흘째 변을 보지 못해 속이 갑갑하고 식욕마저 떨어졌던 경험이 있다. 위·대장을 전문으로 하는 소화기내과를 전공한 사람이 본인의 변비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약간은 우스운 상황 속에서, 유산균 요구르트도 먹어보고 달리기도 해보고 쾌변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오전 외래를 본 후 내시경실에 출근했더니, 응급실을 통해 내원한 37세의 여성 환자를 만나게 되었다. 환자는 5년 전 둘째를 출산한 뒤부터 간혹 변비 및 소화불량이 있었다. 변비가 발생하면 약을 먹거나 근처 병원을 방문하여 관장을 하면 변비가 호전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병원에 오기 2주 전부터 배꼽 주변으로 통증을 느끼고 변을 보지 못해 응급실까지 왔다. 변을 2주간 보지 못하였으니, 2주간 식사도 거의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였다. 복부 CT상엔 엄청난 크기의 변이 배 한쪽을 메우고 있었다.

의사로 일한 지 10년, 이제껏 보았던 CT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 내시경을 받기 전 환자의 배를 촉진해보니, CT와 거의 동일하게 딱딱한 변이 배위로 만져졌다. 식은땀이 흘렀다. 비단 당시 필자가 변비로 배가 아프고 속이 갑갑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칫 장벽이 견디지 못하고 터진다면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오늘 반드시 내가 이 변을 해결하고야 말리라!”

앞선 2번의 내시경 시도에도 변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심기일전하여 내시경 기계를 환자의 직장으로 삽입했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S상 결장에서 관강을 가득 채운 돌덩어리 같은 변이 보였다.

물을 쏘고 포셉(집게 같이 생긴 내시경 기구)으로 뜯어내고 스네어(올가미 같이 생긴 내시경 기구)로 잘라내어도 꿈적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니 2시간 여만에 변이 조금씩 파괴되기 시작했다. 이후 3시간이 경과하였고, 환자도 나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러다 2시간이 넘는 검사 중에 음식물 덩어리가 뭉쳐진 위석을 내시경을 통해 탄산음료를 넣어 해결했던 경우가 떠올랐다. 변도 결국 음식물 덩어리가 아니겠는가! 탄산음료를 내시경을 통해 대장에 1ℓ 정도 주입했다. 남은 변들은 여전히 많았지만, 탄산음료를 뿌렸으니 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 내시경을 제거했다. 환자는 여전히 배가 아프다고 했지만 내시경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긴장이 풀리며 필자도 화장실로 달려갔다. 다음 날 아침, 복부 X-레이를 확인하니 놀랍게도 그 많던 변이 모두 빠져나오고 없었다. 위대한 탄산의 힘이여. 2시간이 넘도록 포기하지 않았던 내시경 시술과 탄산음료는 환자가 설날 전에 쾌변과 함께 퇴원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필자도 탄산 덕분으로 일시적인 변비를 해결했다.

내시경을 하다 보면 기계적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일상다반사지만 참으로 신기한 경우도 있고, 환자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뿌듯한 경우도 가끔 있다. 이런 소소한 사건들이 힘들고 어려운 길에도 우리를 환자 앞에 다시 서게 하는 진정한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권혜정·고신대병원 소화기내과 임상조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4. 4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5. 5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6. 6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7. 7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8. 8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9. 9“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10. 10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1. 1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2. 2[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3. 3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4. 4경남도 대변인 “박완수 지사 13시간 조사, 정치공세 대상 되면 안 돼”
  5. 5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6. 6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7. 7정동영 “한미동맹 이상 없다…北에 저자세 아니라 정자세”
  8. 8北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900㎞ 이상 비행
  9. 9국힘, 행안장관의 임은정 감찰 지시 '자중지란' 맹폭
  10. 10여야 쿠팡 공정위 현장조사 불복에 “미국 기업 방패 뒤 숨어 무책임”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집 값 띄우기?… 부산 아파트 매매 계약 해지율 5년 반 동안 6.16%
  5. 5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한 달 새 66명 늘어
  6. 6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7. 7“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8. 8[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9. 9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10. 10최전방 GOP용 ‘AI 경계병’ 개발한다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4. 4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5. 5“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6. 6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거제 양대 조선소, 지역 인재 더 뽑는다
  9. 9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2일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4. 4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5. 5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6. 6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7. 7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8. 8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9. 9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10. 10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